[비즈니스포스트] 셀트리온이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감액 배당, 이사 보수 한도 축소 등 강도 높은 주주친화 전략을 잇달아 꺼내들고 있다.

특히 주주들의 반발을 사면서 대폭 늘렸던 이사 보수 한도를 1년 만에 다시 줄이기로 해 주목된다.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이 주주 반발로 무산된 이후 서정진 회장은 다시 한 번 순조로운 그룹 통합 추진을 위한 민심 다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서정진 잇단 셀트리온 주주친화 카드, 주주 불만 잠재우기 '통합 2막 밑그림'

▲ 셀트리온이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감액 배당, 이사 보수 한도 축소 등 강도 높은 주주친화 전략을 잇달아 꺼내들고 있다.


18일 셀트리온 안팎을 종합하면 올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효과를 본격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올해는 2023년 말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재고자산 상각 등이 마무리되는 시점인데다 신제품 출시도 대거 예정되어 있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5개 제품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기존 6개에서 11개로 늘릴 예정이다. 매출 확대와 함께 수익성 개선을 본격화할 수 있는 시기다.

셀트리온이 이날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도 그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셀트리온은 2027년까지 연평균 30%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으로 높아진 매출원가율을 낮춰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주주환원율도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감액 배당과 이사 보수 한도 축소 안건도 논의한다. 자본준비금 약 6200억 원을 배당할 수 있는 재원으로 전환해 주주환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2025년 회계연도 결산 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지난해 9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대폭 증액했던 보수한도를 150억 원으로 감액하는 안건도 상정됐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하면서 이사진을 9명에서 12명으로 3명만 늘렸지만, 보수 총액 한도는 110억 원이나 증액해 일부 주주들의 눈총을 샀다.

올해는 이사진의 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1년도 되지 않아 한도를 감액하기로 한 것은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보수 한도 증액으로 논란이 일자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는 “120억 원 내에서 보수를 집행하겠다”고 했고 2024년 셀트리온 이사 보수 총액으로 112억 원을 지급하며 약속을 지켰다. 사내이사 4인 가운데 서정진 회장이 43억 원, 서진석 김형기 기우성 각자대표이사는 각각 20억 원 수준의 보수를 받았다.
 
서정진 잇단 셀트리온 주주친화 카드, 주주 불만 잠재우기 '통합 2막 밑그림'

▲ 셀트리온은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액 배당과 이사 보수 한도 축소 안건을 논의한다.


셀트리온이 대대적으로 주주 신뢰 구축에 나서는 배경에는 지배구조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한 3사 통합 구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이 주주 반대로 무산된 만큼,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이 성과를 냈다는 점을 입증해야 주주들을 설득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 출발점은 주가 부양이다. 강성 주주들이 많은 셀트리온 주주총회에서는 ‘주가 회복’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반복돼 왔다. 서정진 회장도 “셀트리온 주식은 한 주도 팔지 않았다”며 주가에 대한 책임 의식을 거듭 강조해 왔다.

기업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실적이지만, 투자자들은 주주친화정책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실제로 2월 25일 자본준비금 감액과 이사 보수 한도 축소 안건이 공시된 다음 날, 셀트리온 주가는 17만4천100원에서 18만9천300원으로 8.7% 상승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3조 원 넘게 증가한 셈이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