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해외 법인을 늘리며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해외 수주 목표를 크게 올려 잡고 매출 다변화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글로벌 사업 다변화 속도, 오세철 해외수주 눈높이 올려잡고 잰걸음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사업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삼성물산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루마니아와 필리핀에 현지 법인을 신설됐다. 삼성물산은 2023년 폴란드 법인 설립에 이어 지난해 루마니아와 필리핀까지 해외 사업 네트워크 확충을 이어간 것이다.

루마니아 법인은 삼성물산의 동유럽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7월 미국 플루어와 뉴스케일파워, 사전트 앤드 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3곳과 손잡고 루마니아 SMR사업의 기본설계(FEED, Front-End Engineering Design)를 공동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오세철 대표가 2022년 글로벌 SMR 개발사 뉴스케일파워와 손잡은 뒤 2023년에는 루마니아를 직접 찾아 글로벌 원자력 기업 및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와 SMR 건설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성과가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대표는 당시 “루마니아 SMR 사업장은 유럽에서의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첫번째 이정표”라며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글로벌 SMR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필리핀 법인은 삼성물산이 공항 개발을 비롯한 현지 인프라 사업을 키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이번 법인 설립으로 필리핀 시장 재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에는 필리핀 건설시장 조사를 위한 마케팅 매니저 채용 공고를 내걸기도 했다.

채용 공고에 따르면 삼성물산 필리핀 법인은 과거 필리핀 삼성전기공장(P4)과 마카티 피비콤(PB COM) 타워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2017년 이후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 뒤 2024년 법인을 설립하고 재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필리핀 법인 설립으로 최근 현지에서 사업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준공해 마천루 시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뒤 현재 필리핀에서 세 번째로 높은 피비콤 타워도 지었다. 피비콤 타워는 높이 259m로 2017년까지는 필리핀에서 가장 높았다.

다만 피비콤 타워 준공은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인 2000년으로 삼성물산은 그뒤 필리핀 대형 공사에서는 이렇다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필리핀 시장에서 성과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이 참여한 SPIA 컨소시엄은 2022년 생글리 공항 개발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삼성물산은 EPC(설계‧조달‧시공)에 참여한다. 지난해 필리핀 당국 승인을 거쳐 사업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에는 필리핀 최대 민간 전력기업 메랄코(Meralco)와 원자력 에너지와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장에서는 원자력 발전소뿐 아니라 SMR 사업 관련 시너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세철 대표 스스로는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순방에 참여해 한국-필리핀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는 등 현지 네트워크를 다져뒀다.

필리핀과 루마니아 모두 중동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온 국내 건설사에게 현재까지 큰 시장은 아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 필리핀에서 7억5827만 달러(약 1조1010억 원), 루마니아에서 1169만 달러(약 170억 원)를 수주했다. 각각 아시아에서 4위, 유럽에서 8위에 해당한다.
 
삼성물산 글로벌 사업 다변화 속도, 오세철 해외수주 눈높이 올려잡고 잰걸음

오세철 대표(가운데)가 2023년 6월13일(현지시각) 루마니아에서 글로벌 원자력 기업 및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와 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물산>


다만 루마니아에서 추진하는 SMR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라 급증한 에너지 수요를 책임질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주요 건설사는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앞다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풍부한 인구를 토대로 고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인구밀도가 높아 인프라 사업뿐 아니라 신도시 건설사업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사업의 다변화가 절실한 삼성물산으로서는 현지 시장에 미리 발을 들여 네트워크를 다질 필요성이 큰 셈이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삼성전자 등에서 나오는 계열사 수주 물량 비중이 커 계열사 업황에 따라 실적이 흔들리기도 한 만큼 해외 매출 구조를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수준한 17조9천억 원어치 물량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수주에 해당하는 하이테크 분야는 7조8천억 원으로 43.5%를 차지했다. 2023년(63.8%)보다 크게 줄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업황 둔화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오세철 대표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를 크게 올려 잡고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해외에서 9조8천억 원어치를 수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해외 수주실적(7조5130억)보다 30% 가량 늘어난 것이다.

삼성물산은 SMR과 공항공사 등에서 현지 법인을 앞세워 앞으로의 해외 사업 기회를 확장하려 들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필리핀 현지에서는 인프라 사업 등 다양한 개발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물산은 공항과 빌딩 등 여러 사업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이를 토대로 현지 시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