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이번 주총은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 속에서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만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주주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헤쳐나갈 명확한 전략과 확실한 방향성을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에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장기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 속에서,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과 미래 성장 전략을 더욱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 및 소액주주가 이에 맞춰 활발한 주주제안을 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논의될 주요 안건과 기업별 핵심 이슈를 분석하고,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삼성전자 이재용의 '독한 메시지', 반도체 부활 방안에 쏠리는 눈 
② '영풍 의결권 제한' 여부가 경영권 가른다, 'MBK·영풍 vs 고려아연' 주총대전 승자는? 
③ LG화학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리더십 재확인, 신학철 권봉석에 구광모 신뢰 여전
④ 조현준 전력기기 시장 호황 맞은 효성중공업 책임 경영한다, 사내이사 합류로 안정화
⑤ 행동주의 주주 저격당한 코웨이, 이사 정원 확대로 ‘참호 구축’ 분수령
⑥ 밀리의서재 소액주주 배당 요구에 화답할까, 성장 투자와 환원 사이 갈림길서 고심
⑦ 하나금융 함영주시대 새로운 3년 눈앞, 주주들 마음 얼마나 얻을까
⑧ `렉라자` 신화 쓴 오스코텍에 소액주주는 뿔났다, 창업주 김정근 연임 적신호
⑨ LG 2대주주 ‘실체스터’ 영향력에 배당 늘릴까, 5천억 자사주 소각 기대감도 ‘업’
⑩ iM금융지주로 새 출발하는 DGB금융, 황병우 신발끈 바짝 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의 3월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MBK·영풍 연합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의 의결권 제한이 성립될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MBK·영풍 측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고려아연 전체 지분율에서 앞서는 MBK·영풍 연합의 이사회 진입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주총 관전포인트] '영풍 의결권 제한' 여부가 경영권 가른다, 'MBK·영풍 vs 고려아연' 주총 승자는?

▲ 28일 열릴 예정인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의 의결권 제한 여부를 놓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왼쪽)과 MBK·영풍 연합의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최 회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각각 1월9일과 1월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반면 의결권이 제한된다면 지난 1월 임시 주총과 마찬가지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는 데 확실히 유리한 입지에 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BK·영풍 측은 지난 7일 법원의 가처분 부분 인용 판결을 근거로 의결권 제한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고려아연 지분을 유한회사 와이피씨에 넘겨 ‘상호주 제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의결권은 살아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새로운 순환출자구조 형성에 따른 ‘상호주 제한’이 여전히 성립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기 주총 당일 ‘의결권 제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아연의 이번 정기 주총 안건 가운데 △이사회 정원 19명으로 제한 △이사 선임의 건 등의 안건 표결결과가 경영권 분쟁의 최종 승패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영풍 연합의 이사 후보로 17인(기타비상무이상 4인, 사외이사 13인)을, 최 회장 측에서는 이사 후보로 8인(사내이사 1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6인)을 각각 추천했다.

제2-1호 안건인 이사회 정원 19명 제한 안건이 통과된다면, 양측 후보 25인을 놓고 집중투표를 통해 다수 득표를 얻은 ‘8인’이 이사회에 입성한다. 

이사회 정원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이번 주총서 새로 선임할 이사 수를 ‘12인’으로 할지, ‘17인’으로 할지 표결로 먼저 결정한 뒤, 후보 25인에 대한 집중투표를 통해 최종 선임 이사들을 결정한다.

고려아연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MBK·영풍 측이 46.7%, 최윤범 회장 측 39% 정도로 추산돼 MBK·영풍 측이 우위에 있다.

다만 집중투표제가 적용돼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 측보다 1~3명 더 많이 선출할 수 있고, 이사 수 차이에서 2명까지 따라 붙을 수 있다는 게 MBK·영풍 측 예상이다.

무엇보다 표 대결에 앞서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의 의결권이 지난 1월23일 열렸던 임시 주총과 마찬가지로 제한될 것인지 여부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관건이다.

이를 두고 순환출자 계열사 간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상법상 ‘상호주 제한’ 규정의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MBK·영풍은 지난 7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세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유한회사’ 와이피씨에 해당 지분 25.4%를 지난 7일 현물 출자했다. 

법원이 지난 1월23일 임시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조치가 부당했다는 근거로 영풍 지분을 보유했던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유한회사’라는 점을 들었는데, 영풍의 지분을 유한회사 와이피씨에 출자해 상호주 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다.

또 MBK·영풍 측은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MBK·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영진의 과거 투자 실패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회사의 경영 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등 주주대표 소송과 횡령·배임 고발 등으로 공격하고 있다. 
 
[주총 관전포인트] '영풍 의결권 제한' 여부가 경영권 가른다, 'MBK·영풍 vs 고려아연' 주총 승자는?

▲ 고려아연은 지난 1월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상호주 제한' 규정을 들며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의결권 제한이 여전히 성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이 임시 주총에서 의사봉을 내리치는 모습. <연합뉴스> 

최 회장 측은 기존 썬메탈코퍼레이션이 사들인 영풍 지분 10.3%를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로 다시 이전해 ‘상호주 제한’과 함께 영풍 의결권을 또 한번 제한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주주총회 명부 기준일(2024년 12월31일) 이후에 영풍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상호주 제한이 성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 기업회생’, ‘석포제련소 조업중단’ 등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최근 ‘경영위기’ 사례를 들춰내며 MBK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강조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결권 기준 지분율이 6% 뒤처지는 최 회장 측은 소액주주 표가 절실한데, 앞서 1월 임시 주총서 기관투자자들이 최 회장 측 안건에 손을 들어줬다는 점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여론전 과열 양상에 회사의 ‘이사회 구성’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양측 행위를 보면, 적절한 이사회 구성이라는 본질보다 절차의 위법성 지적에 초점을 둔 소모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된다다”며 “각 이사 후보가 고려아연을 경영하기에 적합한 전문성·독립성·윤리성을 갖추었는지 등을 따져보는 게 바람직한 논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