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볼트 파산에 유럽 물량 놓고 한국 중국 수주전, CATL 약진에 K배터리 3사 대응 총력 

▲ 삼성SDI가 5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아우디 차량을 홍보 목적으로 전시해 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가 본사 소재지인 스웨덴에서 파산 신청에 나서면서 'K배터리' 기업들의 반사 수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폴크스바겐이나 BMW와 같은 고객사가 새 공급처를 찾을 필요가 커진 것인데 유럽 현지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국 CATL과 수주전에서 본격 경쟁을 벌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노스볼트 파산을 다룬 기사에서 “유럽 전기차 기업은 한국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중국 CATL 등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다”고 보도했다. 

노스볼트는 폴크스바겐과 볼보 및 아우디, BMW 등을 고객으로 둔 '유럽 토종' 배터리 제조사다. 

그러나 자금난이 가중하면서 12일 이사회가 스웨덴에서 공식적으로 파산 보호 신청을 접수했다. 

노스볼트가 회생하지 못하면 배터리 고객사로서는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이나 중국 업체를 선택지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베르코어(Verkor)나 ACC, 폴크스바겐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PowerCo) 등 다른 유럽 배터리 업체는 노스볼트보다도 기술 수준가 뒤처졌다. 

이에 전기차 기업 수주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기업의 배터리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노스볼트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던 전기차 기업이 한국이나 중국 업체를 찾아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기업은 모두 유럽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연산 최대 90기가와트시(GWh) 규모 공장을 돌리고 있다. 삼성SDI와 SK온 또한 각각 헝가리 괴드 및 이반차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갖췄다.

지난해 BMW가 노스볼트와 계약을 해지하고 삼성SDI로 일부 수주를 돌렸던 것으로 알려진 전례도 있어 이번 노스볼트 파산으로 한국 배터리 수요가 늘 가능성이 있다. 
 
노스볼트 파산에 유럽 물량 놓고 한국 중국 수주전, CATL 약진에 K배터리 3사 대응 총력 

▲ 스텔란티스 및 중국 CATL 관계자가 2024년 12월10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스페인에서 합작투자 발표를 하고 있다. < CATL >

하나증권은 노스볼트 파산 가능성을 분석한 지난해 11월 보고서에 “폴크스바겐 및 볼보 등이 새 협업사를 찾는 중이라고 밝혀 향후 한국 배터리셀 제조사가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 있다”고 짚었다. 

다만 K-배터리 반사 이익에 최대 난관은 중국 CATL이다.
 
CATL도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데다 헝가리에 연산 100GWh 가량의 대규모 공장까지 신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CATL은 현지 완성차 기업으로부터 합작투자 러브콜도 받았다.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스페인에 신설하기로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CNEV포스트에 따르면 판지앙 CATL 공동 회장 또한 1월21일 열렸던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올해 유럽 완성차 기업과 추가로 합작투자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이어가는 CATL이 노스볼트에서 이탈하는 고객사를 선점해갈 수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 자동차 기업 임원 발언을 인용해 “노스볼트 파산 문제에 중국 의존은 가장 쉬운 해답”이라고 전했다. 

K-배터리는 주력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에 전기차 및 배터리 지원 축소를 비롯한 정책 불확실성에 난관에 빠져 있다. 이에 최근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는 유럽에서 시급히 활로를 뚫어야 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월과 2월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4% 및 19% 늘었다. 

최근 K-배터리 기업에 유럽 공장 가동률도 일제히 하락한 상황이라 반등 계기가 절실하기도 하다. 

요약하면 노스볼트 파산에 반사 수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기업은 CATL 등 중국 업체 진출 방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업계 다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 통화에서 “유럽이 공들였던 노스볼트 파산은 한국 기업은 물론 중국 CATL이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