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이 인도네시아 시장을 종횡무진하며 ‘종합 금융그룹’의 큰 그림을 짜 맞추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을 다각도로 공략해 온 김 사장은 최근 현지 노부은행의 지분 인수 마무리 작업에 돌입하며 해외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화생명 '경영수업 10년' 김동원 광폭 행보, 인도네시아서 '종합금융' 큰 그림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이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자리에 있는 만큼 해외 사업에서 주목할 성과를 내면 경영승계 시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비즈니스닷컴 등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은 한화손해보험에 리포손해보험 지분 46.6%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절차가 완료되면 한화손해보험은 리포손해보험 지분을 61.5% 보유하며 해외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이는 포트폴리오가 유사한 손해보험사 사이 시너지를 내고자 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화손해보험은 현지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는 리포손해보험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인도네시아 보험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 

그룹사 시너지를 생각한 손해보험사 지분 매각뿐 아니라 한화생명 자체로서도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이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에 올린 공시에 따르면 노부은행 주주들은 25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EGM)에서 한화생명의 노부은행 지분 40% 인수 계획 승인 등을 의결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노부은행과 한화생명 이사회와 주총 뒤 각 나라 금융감독기관의 승인이 남아있다”며 “최종 인수 완료 시점은 3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화생명과 노부은행은 올해 1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공시한 지분 인수계획서에서 모든 절차 완료 시점을 4월 말로 상정한 바 있다. 

한화생명이 노부은행 지분 인수를 최종 완료하면 국내 보험사가 해외 은행업에 진출하는 최초 사례가 된다.

또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전체로 보면 인도네시아에 증권, 운용사, 은행, 보험업 모두 지분을 보유하며 ‘종합 금융그룹’ 형태에 가까워진다.

한화그룹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칩타다나증권 인수에 이어 칩타다나자산운용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인수 관련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한화그룹 ‘오너3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자신의 경영 역량을 확실히 증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사장은 2023년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를 맡은 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베트남과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금융사 지분 인수 및 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2023년 6월 일본에 부동산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인수했다. 2008년 설립한 베트남 현지법인에서 누적 손익 흑자를 달성한 것도 2023년이다. 

김 사장은 올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 직접 참석해 해외 벤처투자 전문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SBVA), 환태평양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는 자산운용사 셀라돈 파트너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한화생명 '경영수업 10년' 김동원 광폭 행보, 인도네시아서 '종합금융' 큰 그림

▲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여러 국가 금융사 지분인수, 파트너십 체결 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가운데)이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이준표 SBVA 대표이사와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한화생명>


김 사장이 한화생명에서 일하며 ‘경영 수업’을 받은 지 10년이 넘은 만큼 올해 글로벌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한화생명 주주총회에서는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논의되지 않는다. 김 사장은 아직 미등기임원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확고한 결과를 낸 뒤 사내이사부터 시작해 경영승계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바라본다.

특히 김 사장이 몸담은 한화생명이 한화그룹 금융사업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한화생명 이사회 진입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화생명이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등을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김 사장이 한화생명 이사회에 진입하면 그룹 금융 계열사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김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예일대학교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한화L&C에 입사,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 팀장을 맡으며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2015년 12월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전사혁신실 부실장을 지낸 뒤 상무와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23년 2월 최고글로벌책임자에 오르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