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당일배송 무장' 네이버 쇼핑앱 출시, 이커머스 지존 싸움 "쿠팡 꼼짝마"

▲ 네이버가 12일 인공지능 기반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출시했다. 사실상 쿠팡과 경쟁에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가 쿠팡과 진검승부를 벌인다.

네이버는 12일 인공지능(AI) 기반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시범운영에 들어간 지 약 넉 달 반 만이다.

‘네이버플러스스토어’는 그동안 자체 앱(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쇼핑 탭으로 운영했던 커머스 기능을 별도 앱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인공지능’과 ‘당일배송’을 새 핵심 무기로 내세웠다.

이는 그동안 쿠팡과 비교해 성장세에서 뒤진다는 평가를 새 앱으로 분위기를 반전하겠다는 의지의 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는 초개인화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에 앱 출시의 의미를 부여했다. 개인 구매 이력과 습관, 최근 관심사, 판매자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뒤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관련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것이 네이버플러스스토어의 핵심이다.

쇼핑 기능이 기존 네이버 앱에서 분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 앱에 모든 기능을 내재화하는 이른바 ‘슈퍼앱’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네이버의 역발산적 선택은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네이버는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업계를 양분하고 있다.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두 플랫폼의 점유율은 20~25% 안팎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성장률만 보면 네이버의 기세는 쿠팡에 못 미친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302억6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이 24% 늘었다. 고정환율 기준으로 하면 매출 성장률은 29%로 높아진다. 네이버가 기록한 지난해 매출 성장률 14.8%의 2배가량이다.
 
'AI·당일배송 무장' 네이버 쇼핑앱 출시, 이커머스 지존 싸움 "쿠팡 꼼짝마"

▲ 사진은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출시 관련 홍보영상 일부. <네이버>

플랫폼의 핵심 고객을 의미하는 ‘충성고객’ 싸움에서도 네이버는 쿠팡에 명함을 내밀기 힘든 수준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멤버십 수입으로 모두 1952억 원을 올렸다. 매달 평균 163억 원을 번 셈이다. 고객 1명에게 받는 구독료가 매달 49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네이버가 보유한 멤버십 회원 수는 330만 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쿠팡이 보유한 멤버십 회원 수는 이보다 적어도 4배 이상이다. 쿠팡은 2024년 말 기준 멤버십 회원 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2023년 말 이미 1400만 명의 멤버십 회원을 확보했다.

네이버가 별도 앱으로 쇼핑 기능을 분리해 쿠팡과 싸우려는 것이 다소 무리한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충성고객만으로는 쿠팡에 몰리는 트래픽을 뺏어오기 힘들다는 시선이 이커머스업계 안팎에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앱 출시를 기념해 일주일 동안 사전예약을 받았는데 이 때 신청한 인원은 40만 명 수준이었다.

물론 네이버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이커머스업계가 덩치싸움을 하면서 근거로 댔던 거래액만 보면 네이버가 쿠팡을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커머스부문에서 거래액 50조3천억 원을 기록했다. 쿠팡 거래액은 45조~46조 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보다 10%가량 많은 수준이다.
 
'AI·당일배송 무장' 네이버 쇼핑앱 출시, 이커머스 지존 싸움 "쿠팡 꼼짝마"

▲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출시하면서 IT기업의 역량을 대거 도입했다. 인공지능으로 사용자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인 ‘AI 쇼핑 가이드’는 쿠팡과 차별화할 수 있는 대표적 기능으로 꼽힌다. <네이버>

쿠팡이 가지지 못한 IT기반 사업자로서의 역량을 쇼핑과 결합한다면 쿠팡과의 차별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 네이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네이버는 쿠팡에서 볼 수 없었던 무기로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무장했다. 고객의 쇼핑을 보다 편리하게 해줄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AI 쇼핑 가이드’가 대표적이다.

고객은 이 기능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편리하게 추천받을 수 있다. 예컨대 ‘냉장고’를 검색하면 네이버는 ‘김치 보관용으로 좋은’, ‘냉동실이 큰’, ‘식당에서 사용하기 좋은’, ‘신혼부부에게 추천하는’, ‘얼음제조 기능이 있는’ 등으로 상품을 분류해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네이버는 자체 인공지능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이 기능을 만들었는데 이는 쿠팡에서 볼 수 없는 기능이다. 네이버는 우선 이 기능을 전자제품군에 도입했는데 향후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쿠팡이 경제적 해자(경쟁기업이 넘볼 수 없는 압도적 경쟁우위 요소)로 구축한 배송 역량도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출시하면서 배송 서비스의 이름을 기존 ‘네이버도착보장’에서 ‘네이버배송(N배송)’으로 바꿨다. 배송 선택지를 오늘배송과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 등으로 세분화하는데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1만 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쿠팡이 멤버십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료반품과 교환 혜택을 도입하는 것도 쿠팡보다 네이버 배송이 불편하다는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실제로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시범운영하면서 적지 않은 성과도 본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가 지난해 4분기 커머스부문에서 기록한 성장률은 이커머스 시장 평균 성장률을 5배 상회했는데 이를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시범운영 성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