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다이소 건기식이 쏘아올린 '약사 갑질' 논란, 소비자는 빠졌다

▲ 이른바 ‘다이소 건기식’ 사태에서 약사회의 반발과 일부 제약사의 철수 과정에서 정작 주체인 소비자들의 의견은 배제됐다. 사진은 다이소 매장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제제약사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의 다이소 진출에 대한 공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 넘어갔다.

제약사들이 다이소 콘셉트에 맞춰 저렴한 건기식 제품을 출시하자 약사협회가 반발하며 ‘밥그릇’ 싸움이 연출됐다. 정작 소비자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게 됐다.

제약사들은 최근 다이소와 함께 한달 기준으로 3천~5천 원의 건기식 제품을 출시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일양약품과 대웅제약에 이어 종근당건강까지 다이소용 건기식 출시 계획을 알리며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기대를 모았다.

다이소 전용 건기식 제품은 기존 제품의 한 달 평균이 2만~3만 원대와 비교해 최대 10배 저렴하다.

물론 다이소 전용 제품과 약국 제품은 원료의 함량이나 용량이 달라, 사실 같은 제품으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출시 전부터 약국 판매 제품과 가격 비교가 이어지면서 약국으로 불똥이 튀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가 “제약사가 수십년간 건기식 제품을 약국에 유통하며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는데 규탄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일부 약사들은 다이소에 납품한 제약사들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다이소에 입점했던 일양약품이 철수를 결정했다. 제약사들의 건기식 주요 유통채널은 약국이 아니라 온라인이다. 약국 비중은 낮은 수준으로 약사협회에서 반발하더라도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  
 
[기자의눈] 다이소 건기식이 쏘아올린 '약사 갑질' 논란, 소비자는 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다이소 건기식 관련해 부당 행위가 있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건기식 관련 이미지. < Freepik >

 
반대로 말하면 약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제약사로서는 약국이 일반의약품(OTC)의 주요 유통채널인 만큼 이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논란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현재 진통제와 해열제, 종합감기약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제약사에서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높지만 일반의약품도 대표 제품의 경우 이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정작 건기식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배제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핵심은 빠졌다.

사실 대형마트와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편의점과 생활용품 매장으로 확대된다고 해서 약국이 추가적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유통 경쟁이 활성화되면 제품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히려 약국에서는 고급화된 제품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실제 다이소 전용 제품은 원료나 함량, 추가 재료 여부가 빠지면서 가격을 낮춘 제품들이 대다수다.

소비자들로서는 고함량 제품은 약국 등의 판매처에서 주요 제품을 소비한다고 하면 다이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공정위의 개입을 통해 이번 문제에서 다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보장된 시장 논리에 맞는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야 할 때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