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AI 반도체 규제 부메랑, 삼성전자 HBM 이어 파운드리 타격 받나

▲ 최근 중국 AI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자, 미국이 중국 AI 반도체 제조사 화웨이의 대만과 한국 우회 생산을
차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중국 수주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개발 추격이 빨라지면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규제에 따라 대만 TSMC를 통한 AI 반도체 우회 생산이 어려워진 중국 화웨이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대안으로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기술을 활용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더 강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중국 수주 자체를 막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기업으로부터 4나노 공정 제품을 수주하며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트럼프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면, 다시 한번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화웨이의 AI 반도체 기술력이 삼성전자의 HBM과 TSMC의 제조 기술 도움으로 크게 향상된 것으로 파악된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유령회사(Shell Company)를 통해 화웨이에 최소 200만 개의 AI 반도체 ‘어센드910B’ 칩을 제작해 공급했다.

화웨이는 역시 유령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HBM을 구매, 최소 1년분의 HBM을 비축한 것으로 추정됐다.

화웨이는 어센드910B 칩 두 개와 HBM을 결합해 데이터 추론용 AI 반도체인 ‘어센드910C’를 제작하고 있다. 어센드910C의 패키징 수율(완성품 비율)은 75% 수준으로, 화웨이는 기존 확보한 200만개의 어센드910B 칩과 삼성 HBM을 바탕으로 최대 75만 개의 AI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중국 AI 반도체 규제 부메랑, 삼성전자 HBM 이어 파운드리 타격 받나

▲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910'. <화웨이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테슬라가 발표한 생성형 AI ‘그록’이 엔비디아 AI 반도체 ‘H100’을 20만 개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75만 개는 상당한 양에 해당한다.

중국 딥시크에 따르면 어센드910C의 데이터 추론 능력은 H100의 60% 수준이다. 에센드910C 성능이 아직은 엔비디아의 구형 H100에 못 미치지만, 화웨이는 AI 칩 성능 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로 엔비디아 칩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AI 반도체 규제는 앞으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1월 16나노 이하 첨단 공정으로 제작한 반도체를 수출할 때,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중국의 첨단 칩 생산과 관련된 16개 기업은 ‘블랙리스트’에 등록됐다.

화웨이 어센드910B를 우회 제작한 TSMC는 현재 중국 주문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실제 TSMC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2년 30%에서 지난해 4분기 9%까지 줄었다.

미국의 첨단 공정기술을 포함한 파운드리 규제는 중국 수주를 늘려가던 삼성전자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CSIS는 “화웨이는 삼성전자나 인텔과 같은 다른 칩 파운드리에도 TSMC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회 생산을 시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가 AI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파운드리 기업이 TSMC 외에는 현실적으로 삼성전자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인 SMIC의 7나노 공정 수율은 20%에 머물고 있어 7나노 화웨이 AI칩 생산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SMIC는 또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확보도 어려워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기술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트럼프 중국 AI 반도체 규제 부메랑, 삼성전자 HBM 이어 파운드리 타격 받나

▲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3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반도체 웨이퍼. < TSMC >


TSMC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와 인텔 파운드리만이 첨단 AI 반도체 제작이 가능한데, 인텔은 미국 기업인 만큼 화웨이가 주문을 맡길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사실상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유일한 대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빨라진 중국의 AI 기술 추격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규제할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특히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우회 생산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삼성의 중국 기업 수주 자체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큰 타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최근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기업 수주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가상화폐 기업으로부터 4나노 칩 위탁생산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멈춰있던 평택 파운드리 공장 가동이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화웨이의 AI 기술 발전을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중국 중심의 고객사에서 벗어나 미국 빅테크 기업의 수주를 노리는 것이 가장 안정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의 중국 HBM 수출 규제도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사실상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의 중국 수출을 막는 규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세대 HBM2E와 4세대 HBM3를 중국에 수출하며 상당한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체 HBM 매출의 30% 가량인 것으로 추정됐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