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는 시기를 미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반면 오너일가 3세 박세창 부회장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며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일을 뒤로 미뤘는데 실적 반등이 이뤄진 뒤를 기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금호건설은 오는 25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스티븐 송 건축사무소 스카코리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스티븐 송 대표는 1981년생 한국계 미국인 건축가로 스카(SCAAA)코리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건축사무소다.
스카코리아는 홍대 ‘라이즈(RYSE) 호텔’과 강남 공유 오피스 ‘BLDG BLCKS’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스티븐 송 대표 스스로는 이전 근무 회사에서 여의도 IFC몰 설계에 참여했다.
금호건설의 건축가 사외이사 영입은 건설업계 흐름과는 사뭇 다르다.
건설사는 정부 규제에 많은 영향을 받는 만큼 사외이사에 주로 관료 출신을 선임해 대관 능력을 키우거나 혹시 모를 사법 위험에 대비해 법조인을 선임하는 경향이 강하다. 혹은 건설 기술 관련한 학계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
또한 업계 전반에서 젊은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사외이사를 살펴봐도 1980년대생 사외이사를 둔 곳은 DL이앤씨뿐이다. DL이앤씨 사외이사 2인은 교수로 각각 법학과 건설·환경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호건설이 사외이사 구성에 업계 관행과 다른 변화를 준 셈인데 비슷한 흐름이 사내이사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금호건설은 주총에서 이관상 경영관리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경영관리본부장과 사장이 사외이사와 함께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내이사 2인 체제가 유지됐다.
다만 이관상 본부장 이력은 전임자들과 사뭇 다르다. 이관상 본부장은 지난해 말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토목플랜트 본부장과 토목공사 담당 상무 등을 거치며 토목 분야 경력을 쌓았다.
전임인 서원상 전무나 조원석 사장 등이 재무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것과 대조적이다. 금호건설이 이사진 구성에 변화를 준 셈이다.
다만 금호건설 오너가는 올해도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오너가에서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이 금호건설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세창 부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 등을 거쳐 2021년 금호건설로 자리를 옮겼고 2023년 11월 금호건설 부회장에 올랐다.
박 부회장은 금호건설 조직도에서는 정점에 위치해 있지만 경영 의사결정의 핵심인 이사회에는 여전히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조완석 대표이사 사장도 있어 박 부회장이 경영관리본부를 관장하며 재무리스트 관리와 체질 개선 등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건설은 오너일가 전면 등판이 미뤄진 상황에서 이사회 변화를 시도해 올해는 실적 반등과 재무개선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박세창 부회장으로서는 올해 실적이 반등한 뒤 사내이사 혹은 대표를 맡아 앞으로 경영 전면에 완전히 나서 기세를 이어가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금호건설의 새 브랜드 '아테라'가 처음으로 적용된 인천 서구 왕길역 아테라 전경. <금호건설>
금호건설의 최근 분위기는 지난해와 달리 나쁘지 않다.
지난해 9월말까지만 해도 ‘빅배스(대규모 손실 반영)’로 인해 부채비율이 640%까지 치솟았다. 2023년 같은 시기보다 380%포인트 늘었다.
다만 그뒤 신규 주거 브랜드 ‘아테라(ARTERA)’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재무관리에 주력해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단 1개 분기만에 600%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호건설은 올해 여러 지방에서 아테라 분양을 앞둔 만큼 흥행 지속 여부가 재무 개선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금호건설의 올해 전망을 두고 긍정적 시각이 나온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금호건설에 2025년은 성장 기울기는 낮아도 긍정적 미래를 향한 밑그림을 그리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현장의 이익 기여 확대가 기대되며 마진률 성장은 2026년 이후 차츰 본격화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