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새마을금고 첫 전국 동시선거, 유권자들은 '동네 어른' 아닌 '금융 전문가' 원했다

▲ 5일 서울 종로구 숭인 제1동주민센터 외부에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 포스터 등이 걸려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뽑는 첫 전국 동시 선거가 치러진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숭인 제1동 투표소를 찾았다. 

이날 선거는 금고의 자산 규모에 따라 직선제와 간선제가 섞인 채로 진행됐다. 숭인 제1동은 '직선제' 투표소다.  

투표 현장에서 만난 70대 선 모씨에게 직접 선거가 꼭 필요한지 물었다.  

선씨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그동안) 동네에서 덕망 있는 사람이 하지 않았느냐”며 “그러면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하는 사람을 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젊은 세대가 (선거를 통해 이사장으로) 올라오면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서 금고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현장] 새마을금고 첫 전국 동시선거, 유권자들은 '동네 어른' 아닌 '금융 전문가' 원했다

▲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가 치러지는 5일 유권자들이 숭인 제1동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투표소에서는 서울종로중앙새마을금고와 광화문새마을금고의 이사장을 선출하는 투표가 진행됐다.

두 새마을금고의 선거인수는 약 1만 명이다. 서울 내 투표소 가운데서는 많은 편에 속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서울종로중앙새마을금고는 4대 1, 광화문새마을금고는 2대 1로 모두 경합이 벌어지고 있어 유권자들의 높은 참여도가 예상되는 곳이다.

실제로 유권자들은 이른 시간부터 속속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사무원들은 연신 “투표하러 오셨어요?”라고 물으며 방문한 이들을 안내했다.

이날 낮 12시를 기준으로 이곳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1300명이 넘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금고이사장선거는 전체 새마을금고 1276곳 가운데 1101곳에서 진행된다.

이사장 후보로 등록한 인원은 1540명이며, 평균 경쟁률은 1.4대 1이다.

60년이 넘는 새마을금고의 역사에서 직선제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 새마을금고 첫 전국 동시선거, 유권자들은 '동네 어른' 아닌 '금융 전문가' 원했다

▲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가 치러지는 5일 한 유권자가 숭인 제1동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기존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대의원을 통한 간선제 방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친분이 곧 힘이 되기도 하고, 이사장후보가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부정청탁 행위 등이 종종 문제로 지적됐다.

이 같은 부정선거 논란이 지속되자 2021년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하고 직선제 도입을 결정했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 가운데서는 ‘내 손으로 직접’ 이사장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긍정적이라는 이들이 많았다.

이를 통해 새마을금고가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었다.

60대 권순복씨는 “여기(종로중앙새마을금고)가 자산이 1조 원이 넘는다”며 “(이사장을) 금융전문가가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와 오래 거래를 했다는 백은옥씨는 강아지와 산책도 할 겸, 겸사겸사 투표소에 들렀다고 했다.

“금고 이사장을 뽑는다고 하니까. 이왕이면 도움이 되는 사람을 뽑을까 싶어서 나왔습니다.”

백 씨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더 이득이 많은, (이율이 높은) 좋은 상품을 새마을금고가 많이 선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투표가 치러졌지만, 여러모로 '완벽한 선거'는 아니다. 

당장 이번 금고이사장선거는 반쪽짜리가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선거 대상 금고 1101곳 가운데 743곳(직선제·간선제 포함)에서 등록 후보가 1인에 그치면서 무투표 당선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현장] 새마을금고 첫 전국 동시선거, 유권자들은 '동네 어른' 아닌 '금융 전문가' 원했다

▲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가 치러지는 5일 숭인 제1동 투표소 내 무투표 안내문이 붙어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자산 규모에 따라 여전히 간선제를 시행하는 금고도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규모 2천억 원 이상 금고는 이사장 직선제 선출이 의무다. 반면 2천억 원 미만인 금고는 직선제와 간선제 가운데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금고현황통계를 보면 직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하는 금고는 534곳이다. 이외 4곳은 총회 방식으로, 564곳은 간선제(대의원회) 방식으로 이사장을 뽑는다.

이번 금고이사장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부정선거 혐의가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여전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첫 직선제 선거를 실시한 이날을 기점으로 새마을금고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처음 있는 동시 선거인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서 조직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회원들의 신뢰 상승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피드백을 받아서 앞으로 개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 투표소 운영 시간은 이날 오후 5시까지다. 투표가 종료되면 투표함을 개표소로 옮긴 뒤 개표가 진행된다.

개표 결과는 이르면 이날 오후 7시 이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6일 개시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선거에서 당선된 이사장의 임기는 2025년 3월21일부터 2029년 3월20일까지 4년이다. 조혜경 기자
 
[현장] 새마을금고 첫 전국 동시선거, 유권자들은 '동네 어른' 아닌 '금융 전문가' 원했다

▲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가 치러지는 5일 숭인 제1동 투표소 내 기표소가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