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대현 흥국생명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가 보험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임무를 안고 외부로부터 영입됐다.

흥국생명도 다른 생명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뒤 기존 저축성보험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중심 포트폴리오로 무게중심을 옮겨 왔다.
 
흥국생명 3년 만에 '영업 중심 회귀', 'KB 출신' 김대현 보장성상품 힘 싣는다

▲ 김대현 흥국생명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사진)가 건강보험 중심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리란 전망이다.<흥국생명>


김 내정자는 KB손해보험 출신이다. 제3보험을 포함한 손해보험식 영업 이해도가 높은 만큼 흥국생명이 강화하고자 하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힘을 실어줄 인물이란 분석이다.

5일 흥국생명 안팎 말을 종합하면 김 내정자는 건강보험 영업 중심으로 흥국생명 실적 개선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태광그룹은 전날 계열사 대표 인사를 발표하며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 신임 대표에 김대현 전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장 부사장을, HK금융파트너스 대표에 유재준 전 KB라이프 부사장을 내정했다. 두 내정자는 28일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HK금융파트너스는 흥국생명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보험상품 영업과 판매를 전담하는 회사다. 

임형준 현 흥국생명 대표이사는 보험전문가는 아니었다.

임 현 대표는 한국은행 출신으로 새 회계제도(IFRS17) 연착륙을 성사시키고,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년 임기의 연임까지 마쳤고, 이번 인사 뒤에도 상임고문으로 회사에 남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업 이해도는 약점으로 꼽혔다.

그같은 상황을 고려해 이번엔 ‘보험을 잘 아는’ 외부 인재인 김 내정자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1990년 LG화재로 입사해 2015년 사명이 KB손해보험으로 바뀐 뒤에도 계속 근무하며 여러 부문장을 맡는 등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특히 최근 중요성이 더 커진 보험 영업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흥국생명은 인사 배경을 “건강보험 시장 영업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시점에서 김 내정자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흥국생명의 미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이 꾸준히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한 점을 고려하면 ‘손해보험사’ 출신인 김 내정자가 ‘생명보험사’ 대표에 내정된 게 어색하지 않다.

새 회계제도가 2023년 도입된 뒤 생명보험사들은 앞다퉈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높여왔다.

흥국생명 역시 2023년부터 통합건강보험, 유병자 보험, 어린이 보험 등 건강보험 중심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했다. 생명보험사 가운데서도 발 빠르게 상품 개편을 단행했다고 평가된다.

이에 따라 2022년 보장성보험 27.8%, 저축성보험 25.4% 등으로 구성됐던 흥국생명 보험 포트폴리오는 2023년 보장성보험 45.0%, 저축성보험 20.5%에 이어 2024년 9월 말 기준 보장성보험 63.8%, 저축성보험 12.0%까지 탈바꿈됐다.

다만 기존 생명보험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저축성보험이나 퇴직보험 등과 다르게 보장성보험 판매 확장을 위해서는 영업력 강화가 수반돼야 했다.

보장성보험 상품으로는 건강보험, 치매보험 등 제3보험 상품이 대표적이다.

제3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모두 판매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기존 주도권을 쥐고 있던 손해보험사와 새로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생명보험사 사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 3년 만에 '영업 중심 회귀', 'KB 출신' 김대현 보장성상품 힘 싣는다

▲ 흥국생명은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보장성보험 비중을 지난해 9월 말 기준 63.8%까지 높였다. <한국신용평가, 업무보고서>

하지만 오랜 시간 제3보험 관련 영업조직을 강화한 손해보험사와 경쟁하기에 상대적으로 생명보험사의 영업력은 약하다고 평가된다.

이에 흥국생명은 영업 역량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2023년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인 HK금융파트너스를 출범한 뒤 법인보험대리점 채널 중심으로 영업채널을 재편했다.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에 힘입어 흥국생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순이익 1870억 원을 내며 1년 전보다 26% 높은 실적을 거뒀다.

김 내정자는 KB손해보험에서 오랜 경험을 쌓으며 ‘손해보험식’ 영업에 강점이 있어 흥국생명이 목표로 하는 보장성보험 판매 강화에 꼭 맞는 인물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로 같은 ‘KB금융 보험 계열사’인 KB라이프 부사장 출신 유재준 내정자가 영업 중심 채널인 HK금융파트너스를 맡게 됐다는 점도 흥국생명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바라본다.

같은 금융그룹 계열사 아래서 근무했고 두 내정자 모두 영업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보험 본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현 흥국생명 대표이사 내정자는 1964년생으로 성남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한 뒤 1990년 LG화재(당시 럭키화재)에 입사했다.

LG손해보험이 2006년 LIG손해보험, 2015년 KB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동안 근무를 이어오며 전략영업부문장, 장기보험부문장, 경영관리부문장 등을 역임했고 2025년 3월 흥국생명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