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신세계남산'에서 열린 '2025년 신세계그룹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5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본업 경쟁력을 한층 극대화해 내실 있는 성장 페달을 밟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은 계열사의 경영 환경에 맞춘 ‘투트랙’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 시장을 선도하는 계열사들은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초격차 시장 지배력을 갖추고, 이커머스와 건설 등 지난해 부실요소를 덜어내는 데 주력했던 사업군은 올해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이룬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그룹 성장 재개의 선봉에는 이마트가 선다.
이마트는 지난달 개점한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마곡에 이어 상반기에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연다. 하반기에는 인천 트레이더스 구월 매장의 문을 연다. 수도권에만 올해 3개의 매장을 새로 선보이는 것이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포함한 이마트 매장 수는 2020년 160개로 정점을 찍은 뒤 작년까지 감소해왔다.
정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는 효율적 점포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일단락됐다고 보고 올해 다시 외형 성장을 재개한다.
작년 7월 이마트와 합병한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올해 20곳 이상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고 안정적 수익 확보에 나선다.
정 회장은 “경기가 안 좋고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우리의 본업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3곳에 이어 2027년까지 신규 점포를 3곳 이상 열 계획을 세웠다. 또 신규 부지도 5곳 이상 확보해 점포 신설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2곳을 포함한 신규 점포 가운데 상당수는 트레이더스로 문을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2010년 첫 선을 보인 트레이더스는 현재 창고형 할인점 매장 수 국내 1위를 기록 중이다.
정 회장은 트레이더스가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인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보고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이마트는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기우는 유통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고객이 ‘일부러 가고 싶은’ 접점 공간으로 만드는 신세계그룹의 핵심 미션을 수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이마트는 푸드마켓 등 차별화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도 정했다. 푸드마켓은 지난해 대구 수성점을 1호로 선보인 데 이어 상반기에 여는 고덕점도 푸드마켓으로 나온다. 매장 재단장(리뉴얼)을 통한 ‘몰 타입 전환’도 지속 확대한다.
점포 신설 및 리뉴얼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트레이더스를 아우르는 통합 매입 시너지를 키운다. 또 ‘고래잇템’과 ‘가격파격선언’ 등 초저가 상품을 통해 고객들이 확실히 체감하는 혜택을 제공해나갈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연 매출 3조 원을 넘어선 스타벅스도 초격차 지배력 확대를 지속한다. 스타벅스 매출 규모는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그만큼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막중하다고 이마트는 전했다.
스타벅스는 올해도 100곳 이상의 점포를 새로 연다. 스페셜 스토어도 확장해나간다. 스페셜 스토어는 제주, 의암호 등 수려한 풍광을 갖춘 명소에 여는 ‘더(THE) 매장’과 전통시장·고택 등 이색 공간에 여는 ‘콘셉트 매장’으로 구성된다. 현재 전국 11개 매장이 있다.
정 회장은 “한국만의 테마를 가진 ‘한국의 스타벅스’들이 ‘스타벅스의 한국’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1년 전 회장에 취임한 뒤 곧장 힘을 쏟았던 업무는 이커머스, 건설 등 부실 개선이 필요한 사업군을 정비하는 것이었다.
신세계건설 대표 경질과 SSG닷컴·지마켓의 수장 동시 교체, CJ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물류 경쟁력 제고 등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위기 요소들을 제거한 데 이어 이제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완성하는 ‘완전 정상화 원년’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첫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한 SSG닷컴은 수익성 개선과 물류 경쟁력 강화를 가속화한다. SSG닷컴은 CJ대한통운이 보유한 전국 700여개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배송 커버리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충청권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했고, 올해 2월부터 부산과 대구로 범위를 넓혔다.
G마켓은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해 글로벌 플랫폼과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신세계그룹은 정보기술(IT) 역량이 뛰어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G마켓의 상품력이 더해지면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합작법인 설립에 관한 기업결합신고서가 제출된 상태다. 공정위의 심사 마무리 뒤 현물 출자에 대한 법원 인가를 마치면 JV 설립이 완료된다.
정 회장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이 필요하며 특히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업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건설은 2월 상장 폐지를 계기로 보다 효율적 경영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수립 전략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신세계건설 재건을 위해 지난해 정 회장은 그룹 계열사 사이 유기적 조율을 이끌었다. 또 회장 취임 직후 허병훈 경영전략실 부사장을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로 임명하며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마트24는 신세계그룹의 본업 경쟁력을 응축한 결과물인 ‘노브랜드’를 앞세워 지난해 3,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개선한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상품 도입점포’가 올해 초 1천 점을 돌파했다. 노브랜드 점포는 평균 일 매출이 전체 점포 평균 대비 38% 높게 나타났다. 이마트24는 올해 말까지 노브랜드 점포를 2500개, 내년 4천 개까지 확대해 전체 점포의 60% 이상에서 노브랜드 상품을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정 회장은 성장을 위해 성과 중심의 수시 인사 기조도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 회장은 회장에 오른 후 과거 관례에서 벗어나 과감하고 신속한 수시 인사를 단행했고,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신세계그룹은 설명했다.
정 회장은 “고객 만족이라는 그룹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고 성장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해 신상필벌에 입각한 인사는 필수”라며 “변화와 도전으로 성과를 낸 조직 구성원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하며 계속 혁신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