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주환원정책을 공개하는 가운데 배당에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4일 게임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26일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정기 주주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최대 실적 게임사들 '배당 나몰라', 엔씨소프트 NHN는 적자에도 현금배당

▲ 지난해 넥슨, 크래프톤 등이 호실적을 내면서 게임업계 NK 양강체제가 굳건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크래프톤 타워. 


지난해 게임업계 불황 속에서도 일부 게임사들은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현금 배당을 실시하는 곳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현금 배당은 기업이 쌓은 이익잉여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으로,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통한다. 

지난해 연간 매출 3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크래프톤은 현금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IP) 기반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신작 개발 및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면서 주주환원정책에는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부터 주주환원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2023년 수립한 3개년 주주환원책(2023~2025년)에 따라 우선은 자사주 취득과 소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무상증자, 배당,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했을 때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정책이 장기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한다”며 “2025년 중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논의할 때에 배당과 관련된 부분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장 이후 첫 주주총회를 여는 시프트업도 올해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승리의 여신: 니케’와 신작 ‘스텔라블레이드’의 흥행에 힘입어 영업이익 1486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 업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배당보다는 신작 개발과 사업 확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전통적으로 배당보다는 신작 개발, 인수합병(M&A) 등에 자금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업력이 상대적으로 짧고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안정적인 배당보다는 신작 성과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대규모 성과급 지급과 복지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눈에 띄는 배당 확대 계획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정부의 밸류업 정책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게임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주가 부양을 위한 주주환원 강화 요구도 높아진 상황이다.

게임주들은 앞서 코로나19 특수와 NFT·블록체인 열풍이 맞물리며 급등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100만 원을 넘보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현재 17만 원 선까지 내려왔으며, 크래프톤 역시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주가 흐름 속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앞 다퉈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 게임사들 '배당 나몰라', 엔씨소프트 NHN는 적자에도 현금배당

▲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4년부터 10년 동안 전부 1조910억 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이에 일부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려는 기조도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와 NHN은 지난해 연간 적자에도 현금배당을 유지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10년 이상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게임업계 대표적인 고배당 기업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지만, 결산배당으로 주당 1460원을 결정했다. 

NHN도 지난해 창사 이래 첫 현금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도 주당 5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영향으로 연간 적자를 냈지만 배당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주 신뢰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넷마블, 웹젠, 엠게임, 더블유게임즈 등이 배당을 실시한다. 

넷마블은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2021년 이후 3년 만에 배당을 재개했고, 엠게임도 지난해 창사 이래 첫 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 역시 배당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더블유게임즈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힘입어 238억 원 규모의 역대 최대 배당을 결정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은 기본적으로 업력이 짧고 성장산업인 만큼 신작 흥행과 사업 확장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이후 게임주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만큼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