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열린 국제 오토쇼에 방문자가 현대차 아이오닉9 차량 문을 열어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에 의존율이 높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내 판매 경쟁에서 해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앤더슨이코노믹그룹 연구를 인용해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최대 1만3천 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격은 9천 달러, 픽업트럭은 8천 달러 오를 것으로 내다보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가 자동차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무역 적자를 줄이고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다수 국가 및 품목에 관세를 매기는데 정작 자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셈이다.
트럼프 정부는 4일(현지시각) 캐나다와 멕시코에 공표했던 대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에는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발표됐다. 전기차가 마침 신기술 캐즘, 즉 대중화 전까지 수요 감소를 겪고 있는데 새로운 관세 부과로 시장 침체가 더 싶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미국 자동차 판매가 연간 50만 대 감소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완성차 기업은 일단 공급망을 재편하는 식으로 관세에 대응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혼다는 시빅 차량 생산을 멕시코에서 미국 인디애나주 자사 공장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공급망 재구축에는 시간이 필요해 포드와 GM,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미국 ‘빅3’ 기업마저 타격을 받아 일부 모델이 당분간 생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포드와 GM 등 기업은 멕시코에 픽업트럭 공장을 뒀는데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는 과정에 생산라인을 멈춰야 해 당분간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미국이 관세를 최종 부과할지 여부 및 보복 관세 등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완성차 기업으로서는 생산 거점을 어디에 둘지 결정이 여의치 않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왼쪽 빨간모자)이 지난달 16일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에 방문해 GM 캐딜락 의전 차량에서 내려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은 미국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을 앞세워 입지를 키우던 현대차와 기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빅3 경쟁사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의존하던 자동차 및 부품 공급망 재편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차와 기아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차량이 많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기준 각각 63만7638대 및 37만7367대를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해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었다. 그러나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하는 차량 대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기아는 지난해 멕시코 공장에서 15만1천 대의 차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했다. 현대차 또한 북미 지역 가운데 미국에만 제조 공장을 운영한다.
반면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3사는 같은 기간에 각각 71만2천 대, 35만8천 대, 31만 4천 대를 멕시코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했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 부과할 상호 관세율이 멕시코나 캐나다에 책정한 25%보다 낮으면 가격 경쟁력에서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기업 가운데 하나는 스텔란티스”라며 “GM 또한 픽업트럭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상당 부분을 멕시코에서 생산한다”고 짚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관세 부과 이전에 이미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커지고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월 미국 현지에서 각각 완성차 6만2032대와 6만3303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각각 3%와 7% 증가했다.
판매 호조에 배경으로 꼽혔던 기술력, 품질과 브랜드 가치 등 요소가 관세 부과 이후 더욱 돋보일 가능성도 크다.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은 “현대차는 테슬라 수준의 높은 기술력을 전통 자동차 산업에 도입하는 업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종합하면 미국 자동차 가격 상승이 사실상 거의 모든 기업으로 확산되는 바람에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그동한 예상했던 불리한 조건이 제거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을 지난해 10월부터 가동한 일을 비롯해 미국에 선제적으로 투자 및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도 유리함을 키운다.
또한 현대차가 미국 내 다수 생산 설비를 갖춘 GM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준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관세에 유연하게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