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올해 최대 이익 전망 솔솔, 김동철 배당 확대와 부채 축소 사이 '딜레마'

김동철 한전 사장이 배당 확대와 부채 축소 사이에 딜레마에 빠져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한전)가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이는 에너지 가격, 전력도매가격(SMP) 등에 힘입어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새로 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김동철 한전 사장은 200조 원이 넘는 부채로 악화한 재무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익 증가에 따른 배당 확대와 부채 축소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잠정집계치보다 80% 가까이 뛴 15조 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4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내면서 8조 원대 성과를 낸 상황에서 2016년 기록했던 12조16억 원의 역대 최고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 올해 최대 이익 전망 솔솔, 김동철 배당 확대와 부채 축소 사이 '딜레마'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 2월10일 전남 나주시 본사에서 열린 '뉴(New)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SMP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은 올해 실적 개선에 힘을 싣는 요소다.

지난해 4분기 월별 SMP는 10월 킬로와트시(kWh)당 117원, 11월 112원, 12월에는 116원을 보였다. 2022년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에 300원까지 육박했던 수준과는 크게 차이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SMP는 115원으로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14조9887원으로 내다보며 “환율과 유가가 정체 국면인 상황에서 SMP 하락 기조는 한전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5조 원 안팎으로 제시한 곳이 많았는데 대다수가 2016년 기록(12조16억 원)보다 높은 수치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아 전력 판매량이 소폭 후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1400원대를 크게 웃도는 원/달러 환율이 비용 증가 요인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에너지 가격이 한전의 호실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한전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비용이 2900억 원 늘어나는 반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영업이익 3130억 원, 석탄가격이 톤당 1달러 내리면 영업이익이 820억 원 증가하는 효과를 본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기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이후 지금까지 환율은 50원 급등했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달러, 전력용 연료탄(호주 뉴캐슬산) 가격은 톤당 12달러 하락했다.

단순 계산으로 환율 상승 탓에 1조4500원의 비용이 늘었지만 유가 하락으로 3130억 원, 석탄가격 하락으로 9840억 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난 것이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 효과는 유가와 석탄가격 하락으로 대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한전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15조1080억 원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한전의 실적 호조 전망은 김동철 사장에게는 2023년 11월 인력효율화, 임금인상분 반납, 자산 매각 등을 골자로 세워진 자구 대책과 지난 10일 향후 10년의 로드맵을 담은 ‘2025년 중장기 전략(뉴 비전)’을 이행하는데 크게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다만 지난해 거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2021년 이후 누적 영업손실 규모가 34조7천억 원(34조6944억 원)에 육박하면서 200조 원을 돌파한 부채를 감축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배당을 둘러싼 셈법은 김 사장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204조1249억 원에 이르렀다. 2021년 말 145조7970억 원, 2022년 말 192조8047억 원에 이어 2023년 말 202조4502억 원까지 확대된 뒤 지난해에도 계속해서 부채가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51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 부담도 2배 이상 커졌다. 한전은 이자비용으로 2021년 1조9145억 원, 2022년 2조8185억 원, 2023년 4조4517억 원을 지출했고 지난해에도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의 이자비용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뉴 비전 선포식에서 2035년 한전의 부채비율 목표로 196%를 제시했다. 장기 목표인 점을 고려해도 지금보다 300%포인트 이상 낮춰야 하는 도전적 목표로 여겨진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재무건전성과 관련해 “국민께 약속드린 고강도 자구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경영전반의 대대적 혁신에 속도를 내 재무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전 올해 최대 이익 전망 솔솔, 김동철 배당 확대와 부채 축소 사이 '딜레마'

▲ 김 사장이 지난해 10월14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전을 두고 4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냄과 동시에 4년 만에 배당을 재개한 데 따른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최근 실시한 2020년보다는 배당 규모나 배당성향이 낮지만 부채감축에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영업흑자 전환 첫해부터 곧바로 배당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전은 28일 실적발표와 함께 이사회에서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14원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의했다. 배당금 총액은 1374억 원으로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은 16.4%다.

이전까지 한전의 마지막 배당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4조863억 원, 별도 순이익 1조9515억 원을 냈던 2022년의 보통주 1주당 1216원이었다. 배당금 총액은 7806억 원으로 배당성향은 정부가 출자기관의 배당성향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40%를 채웠다.

한전은 올해도 대규모 실적 개선이 점쳐지는 만큼 2024년 재개한 배당 수준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번 배당은 정부와 협의를 통해 배당 재개 및 배당 수준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전의 배당금은 절반 이상이 사실상 정부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한국전력공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32.9%(2억1123만5264주)를 들고 있는 한국산업은행, 2대주주는 지분 18.2%(1억1684만1794주)를 보유한 정부다. 한국산업은행과 정부가 합쳐 51.1%의 한전 지분을 쥐고 있다.

한전이 4년 만의 호실적을 기반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배당을 재개했다는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현재 정부가 처한 세수 부족을 공기업의 배당으로 충당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재부의 ‘2024년 연간 국세 수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모두 336조5천억 원으로 본예산과 비교해 30조8천억 원 부족했다.

증권업계에서 한전의 배당 재개를 놓고 주가 상승 동력으로서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배당이 향후 전기요금 인상 폭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이 별도기준에서 발생한 이익을 배당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배당 때문에 줄어드는 현금흐름을 보충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폭을 늘려야 한다는 부정적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전은 지난해 실적발표 자료를 통해 “재정 건전화 계획 및 고강도 자구노력을 노사가 한마음으로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며 “전기요금의 단계적 정상화, 전력구입비 절감 등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