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주가에 가장 큰 리스크는 '인공지능(AI) 버블'이 아닌 트럼프 정부의 관세 등 정책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주요 빅테크 로고.
이들 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릴 만한 원인으로 ‘인공지능(AI) 버블’이 꾸준히 지목되어 왔지만 오히려 미국 트럼프 정부 정책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한 결과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각) “빅테크 기업에 갈수록 큰 고통이 닥치고 있다”며 “리스크를 고려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추세가 가속화됐다”고 보도했다.
애플과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메타, 구글 지주사 알파벳 등 7대 빅테크 기업가치는 블룸버그 집계 시점 기준으로 고점 대비 12%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빅테크 기업 주가가 본격적으로 조정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하며 이는 실적과 같은 펀더멘털 약화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전반의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경기 변동에 취약한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한동안 이들의 주가에 리스크로 지목되어 왔던 인공지능 버블이나 이와 관련한 대규모 투자비용 등은 기업가치 하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사업에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져서가 아니라 온전히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 실적이 지난해 4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경제 성장 부진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압박이 이들의 기업가치에 가장 부담을 키우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미즈호증권은 “빅테크 기업의 실적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투자자들은 갈수록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전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소비자심리, 소매판매 등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악화하면서 주가에 직격타를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이 이런 리스크에 대응해 빅테크 기업 주식 매도에 속도를 내며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경제 리스크가 몇 년 이래 최고수준으로 상승했다”며 엔비디아와 애플을 대표 사례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 사업을 크게 의존하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하는 강경한 대중 정책에 직접 타격을 받을 만한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블룸버그는 빅테크 기업의 주가에 이러한 하방압력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IT기업들은 충분한 사업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어 이러한 외부 변수를 최소화하거나 만회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가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4분기에 7대 빅테크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이 1년 전과 비교해 총합 31%를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는 블룸버그의 기존 예상치와 비교해 약 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