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북극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해 항로가 열리고 있다.
또 북극 자원개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쇄빙선 건조경쟁도 치열하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회사들이 기술적 우위를 토대로 수주에 나설 경우 수주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
|
▲ (왼쪽부터)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해양수산부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지속가능한 북극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주제로 ‘2016 북극협력주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북극해의 자원개발과 항로 등을 분석해 정책과 과학 등 분야별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허만욱 해양수산부 해양개발과장은 “북극은 기후변화의 중심지이자 자원의 보고로 경제발전의 통로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쇄빙능력과 탐사기능이 강화된 제2 쇄빙연구선을 건조하고 북극과학연구단지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는 ‘해빙’이 가속화하면서 북극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해양연구소(CNIIMF)가 발표한 ‘북극해 항로 개발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북극해와 연안의 원유 매장량은 900억 배럴, 천연가스는 47조㎥로 추산된다. 세계 자원 매장량의 22%에 이르는 수치다.
이에 따라 북극개발 자원의 수송을 위한 쇄빙선 건조 경쟁도 치열해졌다. 쇄빙선이란 얼음이 덮여 있는 결빙해역에서 수역의 얼음을 깨고 항로를 만드는 배를 말한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핀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쇄빙선 건조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핀란드의 쇄빙선 전문 조선업체인 아크티아의 테로 보라스테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으로 기존의 쇄빙선들만으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극지용 플랜트와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특히 러시아는 북극에서 가장 많은 영토와 영해를 차지하고 있어 중요한 시장으로 주목받는다. 북극의 석유·가스전 61개 가운데 3분의 2가 러시아 관할이다.
극심한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도 적지 않은 규모의 러시아발 수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국영 선박회사 소브콤플로트는 최근 아프라막스급 쇄빙유조선 발주를 놓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을 저울질하고 있다. 발주 규모는 2억 달러(2340억)가량으로 알려졌다.
쇄빙유조선은 고부가가치 특수선박으로 일반 유조선보다 선가가 3배 이상 비싸다. 쇄빙선이 얼음을 깨고 지나가면 유조선이 그 뒤를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쇄빙유조선은 스스로 얼음을 깨면서 전진할 수 있다.
지난달 세르게이 프랑크 소브콤플로트 회장이 방문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실무진을 각각 만나면서 발주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
|
▲ 쇄빙선이 얼음을 깨고 유조선이 뒤를 따라 항해하는 모습.<뉴시스> |
특히 삼성중공업은 2014년까지 소브콤플로트에서만 쇄빙유조선 9척을 수주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쇄빙유조선을 건조해 당시 산업자원부가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선정하기도 했다.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될 LNG선 4척에 관한 수주경쟁에서도 삼성중공업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야말 프로젝트는 북극해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대규모 자원개발 사업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최근 세계 최초로 쇄빙 LNG선을 건조해 지난달 7일 북극해로 시운전 출항에 나섰다.
이 선박은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수주한 야말 프로젝트의 1호선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까지 쇄빙 LNG선 15척을 야말 프로젝트에 납품하는데 수주규모가 5조5천억 원에 이른다. 쇄빙 LNG선의 가격은 3억2천만 달러로 일반 LNG선보다 1.6배 비싸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은 “북극해 자원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2008년부터 극지용 선박 연구개발과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해 왔다”며 “이번 쇄빙LNG선의 성공적 건조로 극지용 선박 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