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한화생명을 한 번 더 이끌며 내실 다지기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생명은 지난해 보험 영업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자본 건전성 하락과 이에 따른 배당 어려움, 여기에 강도 높은 금감원 검사가 가세하며 내부 안정화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는 평가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3명(여승주·김중원·신충호)과 사외이사 1명(이인실) 선임 의안을 다룬다.
여 부회장은 2019년 3월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뒤 2021년, 2023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에 주총을 거쳐 최종적으로 3연임이 결정되면 2년 동안 4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한화생명이 여 부회장 체제 아래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둔 점을 주목한다. 여 부회장이 주총에서 큰 무리 없이 3연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8660억 원을 냈다. 2023년과 비교해 4.8%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영업 경쟁력 제고에 따른 본업 경쟁력 강화가 한몫했다는 점에서 여 부회장의 경영 역량이 재조명됐다. 여 부회장은 보험업계에서 발 빠르게 영업 조직을 분리해 효율화하는 ‘제판분리’를 시도한 인물이다.
최근 불안정한 한화생명 안팎 상황도 여 부회장 3연임에 무게를 싣는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개선에도 불구하고 제도 변경 등에 영향을 받으며 자본 건전성이 악화했다.
한화생명은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이 연말 기준 165% 수준이라고 잠정 집계했다. 2023년 말보다 19%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자본 여력이 줄며 결산배당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화생명은 2월20일 실적발표에서 “2025년 결산에는 반드시 배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우선 올해 배당이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주주들은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2월24일 경영인 정기보험 점검 결과 한화생명과 법인보험대리점(GA)을 우선 검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경영인 정기보험과 관련해 한화생명에서 ‘곧 지금과 같은 조건 보험상품을 팔기 어려워진다’며 고객을 유인하는 ‘절판 마케팅’이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3~4월 한화생명에 대한 정기검사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대상 정기검사는 약 6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여 부회장이 경영을 이어가는 게 ‘오너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의 경영 승계 밑바탕을 다지는 관점에서도 유리할 거라고 바라본다.
앞서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한화생명에서 10년이 넘게 근무했다는 점에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김 사장은 현재 미등기임원이다.
사내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요 의결사항을 직접 결정하면서 경영 전반에 개입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이 정기검사에서 경영인정기보험 절판마케팅, 상품 포트폴리오, 사업비 등을 검토하며 해외사업 등도 검사할 것으로 알려지며 김 사장이 적극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김 사장은 특히 해외사업 영역에서 경영 역량을 증명하려 노력하며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인수, 해외 회사들과 파트너십 체결 등 성과를 내 왔다.
한화생명 안팎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여 부회장이 2년 더 한화생명을 이끌며 회사 내실을 다지고, 김 사장이 경영 승계 타당성을 확고히 할 때까지 경영 수업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여 부회장은 한화그룹을 대표하는 재무·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2019년 3월 각자 대표로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했다. 2019년 12월 단독 대표로 취임한 뒤 2021년 3월 연임, 2023년 3월 재연임에 성공했다. 2023년 9월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