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투자를 확대해 아이폰 등 애플제품의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애플과 소프트뱅크 등 IT기업이 트럼프 정부에서 불이익을 우려해 미국에 생산시설 설립 등 투자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발빠르게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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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애플이 사실상 트럼프의 압박을 받아들여 미국에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하이그룹은 공식성명을 통해 미국에 진출을 확대하는 투자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 집중된 애플의 아이폰과 컴퓨터 ‘맥’ 등 제품의 위탁생산공장을 미국에 설립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홍하이그룹 측에 미국에 아이폰 생산공장을 설립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기간에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중국에서 제조되는 물품에 35%에 가까운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는 트럼프 당선 뒤 직접 전화를 걸어 미국 생산공장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도 온건한 태도로 돌아서며 애플에 법인세 감면 등 혜택을 약속했다.
애플은 인건비와 세금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아이폰을 홍하이그룹과 페가트론 등의 중국 공장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다. 현재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컴퓨터 등 극소수 제품이고 비중도 미미하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아이폰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옮길 경우 한대 당 생산원가는 20~30달러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성과 가격경쟁력 확보에 불리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미국공장 설립을 발빠르게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최근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협력사들과 펀드를 조성한 뒤 미국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500억 달러(60조 원) 정도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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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
소프트뱅크는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미국으로 반도체와 로봇 등 신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손 회장과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이 오랜 친분을 둔 만큼 미국에 공동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며 “홍하이그룹이 애플 공장 외 추가적인 투자로 특혜를 노릴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스마트폰과 TV, 반도체와 가전 등 주력상품의 매출을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런 흐름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벌써부터 트럼프 정부의 눈치를 보며 발빠른 결정을 내리는 사이 삼성전자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관세인상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당국의 하만 인수 승인여부가 삼성전자 전장부품사업 성장의 최대 관건으로 꼽히는 만큼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멕시코 등 생산공장에서 대부분의 가전과 스마트폰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무역장벽이 높아질 경우를 대비해 미국에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생산공장 설립 등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