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동주 이랜드월드 한국패션부문 대표가 '포스트 뉴발란스'를 찾고 있다. <이랜드그룹>
물론 뉴발란스가 2030년까지 이랜드월드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연장했지만 2027년부터 한국 지사 설립을 예고하면서 독립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계약 만료까지는 5년이 남아 있지만 조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뉴발란스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브랜드 발굴이 시급하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뉴발란스가 한국시장 직진출을 예고하며 새로운 행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뉴발란스는 2030년까지 이랜드월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연장하면서도 2027년 1월부터 한국 지사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뉴발란스의 국내 사업은 이랜드월드가 라이선스를 보유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지사 설립 발표로 인해 계약 종료 이후 뉴발란스가 한국시장에 독점적으로 직진출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라이선스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직진출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뉴발란스의 이러한 행보도 예측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과거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국내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사업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한국시장의 성장과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 진출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뉴발란스 역시 이들과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 셈이다.
조동주 대표가 2024년 10월 이랜드월드 한국패션부문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뉴발란스 브랜드장으로서 거둔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이다. 하지만 직진출을 염두에 둔 횡보라면, 뉴발란스를 대체할 차세대 브랜드 발굴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
조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패션 브랜드 총괄 책임자를 역임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조 대표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 발굴 및 육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이랜드월드 패션부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는 뉴발란스와 자체 SPA 브랜드 스파오가 꼽힌다. 뉴발란스와 스파오는 각각 2008년과 2009년 론칭돼 15년 이상 시장에서 자리 잡으며 탄탄한 경쟁력을 구축해왔다. 두 브랜드의 시장 내 안정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난 10여 년간 고객들에게 새로운 매력적인 브랜드를 선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뉴발란스가 2030년 계약 연장 없이 이랜드월드와 결별하게 된다면 스파오 하나만으로 전체 매출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동주 대표가 뉴발란스와의 계약 연장에 성공했음에도 새로운 브랜드 발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뉴발란스 수원스타필드점. <이랜드월드>
이랜드월드 패션사업의 매출은 2021년 2조5392억 원, 2022년 2조8676억 원, 2023년 3조2450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뉴발란스 매출은 2021년 6천억 원, 2022년 7천억 원, 2023년 9천억 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약 30%를 뉴발란스가 단독으로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이랜드월드가 처한 상황과 유사한 사례로 한성에프아이를 꼽을 수 있다. 패션기업 한성에프아이는 2013년 글로벌 골프 브랜드 캘러웨이어패럴을 론칭하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2013년 매출 844억 원에서 2014년 1천억 원대 진입, 2019년 2061억 원, 2021년에는 2898억 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캘러웨이어패럴은 직진출을 결정하며 2021년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한성에프아이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했다. 이에 한성에프아이는 2020년 테일러메이드어패럴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며 포트폴리오 조정에 대비했다. 테일러메이드는 아쿠쉬네트, 캘러웨이와 함께 글로벌 3대 골프 브랜드로 꼽힌다.
물론 뉴발란스가 2030년 계약 종료와 동시에 이랜드월드와 결별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라이선스 운영에서 직진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파트너와의 협력을 일부 유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유통권을 기존 파트너사가 계속 맡거나 단계적으로 브랜드 운영 주체를 변경하는 방식이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언더아머는 2012년 갤럭시아코퍼레이션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시장에 진출했지만 2017년 한국법인을 설립하며 직진출을 선언했다. 다만 법인 설립 이후에도 일정 기간 갤럭시아코퍼레이션과의 협력을 유지한 전례가 있다.
뉴발란스 역시 계약 종료와 동시에 이랜드월드와의 협력을 완전히 중단하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재고 처리에 따른 위험성,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실제 캘러웨이가 직진출을 선언했을 당시 한성에프아이는 재고 정리를 위해 50~75%의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이에 한성에프아이뿐 아니라 캘러웨이도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당시 한성에프아이는 전국 매장 투자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2021년 1년간 재고를 소진할 권리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캘러웨이 직진출 이후 ‘이중 가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라이선스 계약이 연장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브랜드 발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뉴발란스는 현재 운영 방식 그대로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