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패터 머레이 미국 워싱턴주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에너지 관리 당국에서 발생한 공백이 심각한데 재생에너지 제조, 원자력 발전, 전력망 운영 등 에너지 관리 체계 쪽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에너지부(DOE), 환경보호청(EPA), 국토안보부(DHS) 등 주요 에너지 안보 관련 부서의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해고했다.
로이터는 14일(현지시각) 약 2천 명에 달하는 에너지부 공무원들이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과 청정에너지 실증사무국(CED) 직원, 국가 전력망 운용 인력 등이 포함됐다.
미 에너지부는 바이든 정부 시절에는 정원이 약 1만4천 명에 이르던 기관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해고 한 번으로 전체 인력의 약 14%를 줄여버렸다.
이에 패티 머레이 민주당 상원의원(워싱턴주)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런 무모한 해고는 에너지부의 중요한 작업을 늦추고 근로자들을 덜 안전한 상황에 노출시킨다”며 “또 워싱턴주 동부 전역의 회사, 근로자, 가족들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번 해고 과정에서 비율이 가장 큰 인력 감축이 발생한 부서는 청정에너지 실증사무국이다. 해당 기관은 전체 인력의 약 25%가 해고됐다.
스티븐 나델 비영리기구 ‘에너지 효율적 경제를 위한 미국 이사회’ 대표는 블룸버그를 통해 “(청정에너지 실증사무국에서 운영하던) 프로그램들은 미국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육성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며 “이번 인력 축소는 미국의 국외 경쟁자들에 힘을 더 실어주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청정에너지 분야와 함께 큰 인력 감축을 겪은 원자력 에너지 관련 부서에도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가핵안보국 직원은 로이터를 통해 “우리는 국가 안보 문제에만 집중하고 싶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해고를 들먹이는 탓에 그러지 못했다”며 “지금 국가핵안보국은 여러 국제 원자력 관련 문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도 인력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안보 불안과 논란이 계속 커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해고 발표 당일 일부 조치를 되돌리는 조처를 내놓기도 했다.

▲ 미국 에너지부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샌즈힐 지역에 보유한 에너지 관련 설비. <연합뉴스>
문제는 해당 통보가 개인 연락처가 아니라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연방정부 이메일 주소로 발송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해고 인력들을 복귀시키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NBC가 확인한 내부 자료는 “일부 직원에 대한 해고가 철회되고 있으나 이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다”며 “이들의 개인 연락처를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에너지부는 해당 직원들의 이전 상급자들을 통해 개인 연락처를 확보해 새롭게 연락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에너지부 내부 관계자는 NBC 인터뷰에서 “국가핵안보국은 이메일 수신자들의 상급자들이 직접 이들에게 연락을 취해 해고 철회 사실을 알리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고 대상이 됐던 직원들은 이번 사태로 정부를 향한 신뢰를 크게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국토핵안보국 원자력 안전 전문가는 NBC를 통해 “에너지부는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했다가 이제 와서 내 상관을 통해 해고가 취소됐다고 알려왔다”며 “솔직히 돌아갈 생각은 있지만 다른 일자리를 찾는 즉시 에너지부를 떠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연방기관들의 에너지 관련 인력 해고는 이 부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환경보호청은 14일(현지시각) 직원 388명을 해고했다고 발표했으며, 국토안보부도 고용 인원을 약 400명 감축했다.
피터 데이비슨 청정에너지 전문기업 ‘얼라인드 클라이밋 캐피털’ 최고경영자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탄소 포집, 핵과 지열 발전, 전력망 탄력성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직원을 줄이는 것은 미국의 에너지 독립성을 향한 노력을 약화시킨다”며 “또 이 같은 고성장 미래 산업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