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복합개발사업과 데이터센터 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영업흑자 전환을 향한 담금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서울역 북부역세권개발사업에 이어 수서역 환승센터개발사업 착공까지 목표로 하면서 창원 IDC 클러스터를 비롯한 데이터센터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 건설부문 흑자전환 담금질, 김승모 복합개발과 데이터센터 '선택과 집중'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2월12일 서울 중구 봉래동2가 사업지에서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착공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화 건설부문>


14일 한화 건설부문에 따르면 한화건설이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로 흡수합병된 이후 1년 넘게 거듭하던 실적 부진을 털어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화 IR자료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 영업손실 309억 원을 보면서 적자로 돌아섰고 매출도 1년 전보다 24% 감소했다.

물가 상승 등 공사원가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감소와 함께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포레나 수원 장안 등 대형 사업장 준공 및 플랜트·풍력사업 양도 등이 지난해 한화 건설부문의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들어 외형과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나아진 실적을 거뒀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104억 원, 영업이익 219억 원을 냈다.

직전 분기에 8087억 원까지 축소됐던 매출은 2023년 4분기 이후 1년 만에 분기 매출 1조 원대를 회복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 영업손실 423억 원, 직전분기 영업손실 34억 원과 비교해 개선되며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한화건설이 한화로 흡수합병된 체제에서 2023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영업이익률도 2023년 2분기 2.3%에 이어 2번째로 높은 2.2%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개선에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의 정산금액이 늘어나면서 원가율이 낮아진 점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증권업계에서는 한동안 중단됐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가 올해 재개되면 한화 건설부문 향후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12월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 3919억 원의 증액 계약을 맺고 이라크 정부 국무회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가 재개되면 하반기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2026년에는 7천억 원 수준, 2027년부터는 1조 원 수준의 매출이 이 프로젝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지난해 초 한화 건설부문에 합류한 오너 김동선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이 주도하는 만큼 김승모 사장은 국내 사업에서 실적 반등을 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 복합개발사업에 데이터센터까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한화 건설부문은 플랜트 사업과 해상풍력 사업을 한화오션으로 양도했다.

건설업의 근간인 주택건축 및 토목(인프라) 공사에 집중하는 구조가 된 셈인데 업계 전반의 상황이 좋지 못한 만큼 리스크 관리 및 내실경영을 기반에 두고 경쟁력을 축적한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김 사장은 복합개발사업 분야에서 선도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는 출발점인 서울역 북부역세권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더할 수 있게 됐다.
 
한화 건설부문 흑자전환 담금질, 김승모 복합개발과 데이터센터 '선택과 집중'

▲ 한화 건설부문이 건설한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12월 총사업비 3조1천억 원 규모의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착공했다.

이 사업은 서울 중구 서울역 철도 유휴부지에 전시·컨벤션 시설과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을 지하 6층~지상 최고 39층, 5개 동 규모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김 사장은 착공식에서 “한화 건설부문이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다양한 개발사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올해는 총사업비 1조6천억 원 규모의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착공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 수서고속철(SRT),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지하철 등의 통합 교통·보행 환승체계를 구축하고 백화점, 업무, 오피스텔, 호텔 등을 연계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서울시 건축심의를 받은 뒤 착공에 앞서 필요한 실시계획인가 획득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사장에게는 2020년 경기 수원 마이스 복합단지, 2023년 인천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사업으로 쌓은 역량을 서울 핵심지역으로 옮겨 오는 중요한 해인 셈이다.

서울역 북부역세권과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은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뿐 아니라 시행에도 참여하고 있어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은 한화 건설부문이 속한 한화(29%)를 포함해 한화 임팩트, 한화 커넥트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이 시행한다.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시행사인 수서역환승센터복합개발에는 한화가 가장 많은 지분 46.16%를 들고 신세계(14.19%), KT에스테이트(14.19%), 이지스자산운용(7.10%) 등과 합을 맞추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실시협약 체결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총사업비 2조2천억 원)과 대전역세권 복합개발사업(1조3천억 원) 등도 올해 이후 착공을 목표로 두고 있다.

김 사장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힘입어 가치가 커지고 있는 데이터센터도 핵심 먹거리로 꼽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 흑자전환 담금질, 김승모 복합개발과 데이터센터 '선택과 집중'

▲ 한화 건설부문이 건설한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은 2004년 KT 강남 IDC를 시작으로 신한금융그룹 통합 데이터센터,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동탄 삼성SDS 데이터센터 등 모두 11곳의 데이터센터를 준공한 실적을 보유했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도 고양 삼송 이지스 데이터센터와 창원 IDC 클러스터 등 대형 데이터센터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추가 신규 프로젝트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도 단순 시공을 넘어 주도적으로 개발에 참여하는 디벨로퍼형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건설하고 있는 창원 IDC 클러스터 개발사업은 한화 건설부문이 창원시 등과 함께 개발단계부터 참여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한화 건설부문은 전체 신규수주 2조6천억 원 가운데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5700억 원), 대전역세권 복합개발사업(5천억 원), 창원 IDC 클러스터(4700억 원) 등을 합쳐 절반이 넘는 1조5400억 원을 복합개발사업과 데이터센터 일감으로 채웠다.

한화 건설부문은 올해도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으로 8700억 원,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으로 4천억 원 등을 수주 곳간에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올해 건설산업이 직면한 대내외적 위기상황에서 복합개발사업, 데이터센터 등 지속가능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건설분야에 집중해 차별화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복합개발사업 분야에서 조 단위 사업들을 순차적으로 착공해 안정적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