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성다이소가 지난해 연매출 4조 원을 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김기호 아성다이소 대표이사(사진) 체제에서 아성다이소의 급성장이 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연매출 4조 원을 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2023년 연매출 3조 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의 성과다.
김기호 아성다이소 대표이사가 ‘저렴한 상품의 박리다매’ 전략을 고수한 것이 고물가 시대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아성다이소 안팎에 따르면 아성다이소가 지난해 연 매출 4조 원을 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성다이소가 2023년에 거둔 매출은 3조4604억 원이다. 2022년보다 17.5% 늘었다. 지난해에도 이 성장률을 유지했다고 가정했을 때 2024년 매출은 4조 원을 넘기게 된다.
최근 수 년 동안 아성다이소가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가정도 무리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아성다이소의 매출 성장률은 2021년 7.8%였지만 2022년 13.1%로 뛰어오른데 이어 2023년에도 17.5%까지 상승했다. 아성다이소가 지난해 뷰티 상품에 집중하면서 소비자 관심을 끌어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에도 고속 성장세가 유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성다이소가 매출 4조 원을 넘는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나 유통업계 입장에서나 모두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아성다이소가 매출 3조 원 시대를 연 것은 연매출 2조 원 시대에 진입한 뒤 4년 만이었다. 연매출 1조 원 시대를 연 뒤 2조 원 시대에 진입하는 데도 4년 걸렸다.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은 둔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성다이소는 오히려 외형이 커질수록 더 빨리 매출이 불어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4조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된다면 매출 3조 원을 찍자마자 곧바로 4조 원으로 직행하는 셈이 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 4조 클럽 입성이 가시화한다면 아성다이소가 사실상 CJ올리브영에 이어 유통업계에서 자리를 굳건하게 다진 주요 유통회사라는 입지를 굳건히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 가운데 대기업을 제외하면 다이소를 따라갈 만한 회사가 없는 꼴”이라고 말했다.
소비 양극화라는 트렌드가 아성다이소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뷰티가 성장을 견인하는 것처럼 얘기되지만 뷰티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적은 편”이라며 “고물가 트렌드에 소비가 양극화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이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다이소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뷰티와 패션 등 지난해 힘을 준 상품군의 성장률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의 다른 카테고리 상품들의 성장률도 견조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아성다이소가 판매하는 뷰티 상품은 지난해 11월 기준 브랜드 59개, 상품 466종이다. 뷰티 상품의 2024년 1~11월 매출은 2023년 같은 기간보다 150% 늘었다.
의류 상품도 가성비 시대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아성다이소의 설명이다.
아성다이소는 맨투맨과 후드티, 패딩조끼, 플리스 등의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아성다이소는 이런 의류를 ‘이지웨어’ 카테고리로 분류해 팔고있는데 지난해 10~11월 이 카테고리의 매출 성장률은 557%를 기록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성능에 큰 차이가 없는 생활 필수용품 등은 굳이 비싸게 주고 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데 아성다이소가 그런 소비자 니즈를 채우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뷰티와 의류 등도 싼 값에 기능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소비자들에게 수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아성다이소가 급성장하는 배경에는 '소비 양극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다이소 매장. <비즈니스포스트>
아성다이소의 급성장은 김기호 대표이사 체제에서 두드러지는 변화이다. 김 대표는 2023년 4월 아성다이소 수장에 올랐다. 총괄사업본부장 부사장을 맡다가 승진했다.
당시 아성다이소에 불거졌던 노조 리스크가 대표 교체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김 대표는 LG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정책부 출신인데 이런 경력이 노조와 내홍을 겪었던 아성다이소에 필요한 시기였다.
당시 아성다이소는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 차원의 대표 교체로 노조 리스크와 관계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가 아성다이소를 맡은 당해 아성다이소는 연매출 2조 원짜리 회사에서 3조 원짜리 회사로 체급을 높였다. 그리고 그 이후 1년 만에 연매출 4조 원짜리 회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흐름이 가성비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아성다이소가 수혜를 본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국내외 MZ세대의 인기 놀이터로 급부상하는 데 전문경영인의 역량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습 탓에 아성다이소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오프라인의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있는 아성다이소의 성장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김 대표 체제 이후에도 다양한 상품을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아성다이소의 전략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고속 성장의 비결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아성다이소가 커진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균일가 정책을 유지하면서 고가의 상품을 파는 전략을 추가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성다이소는 물건의 가격을 500원, 1천 원, 1500원, 2천 원, 3천 원, 5천 원 등 6가지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아성다이소는 이를 ‘균일가 정책’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1만 원짜리 고가 상품을 얹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원재료 가격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 압박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성다이소로서도 충분히 도입할 만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유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1만 원짜리 상품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다이소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전략”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비싼걸 다이소에서 파네, 더 이상 싸지 않네’라고 생각한다면 다이소의 장점이 사라지는 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