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이 치열하게 펼쳐졌던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1등 건설사의 자존심을 지켰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2021년 취임 뒤 도시정비사업 왕좌 등극을 위해 공을 들였는데 이번 한남4구역 승리를 계기로 올해는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1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승리를 바탕으로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도 1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전날 서울 용산구의 한 교회에서 열린 한남4구역재개발조합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시공사로 뽑혔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51개 동, 지하 7층~지상 22층, 2331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 것을 뼈대로 한다.
한남4구역은 한남뉴타운 재개발지구 가운데서도 한강변에 자리잡아 입지가 훌륭한 데다가 일반 분양의 비중이 높아 사업성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사업성이 보장된 데다가 재개발 대장주로서의 이름값을 갖춘 한남4구역을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은 18년 만의 일이다.
2007년 진행된 서울 동작구 동작동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내 이수 힐스테이트를 건설했다. 삼성물산으로서는 18년 만의 설욕전에서 승리한 셈이다.
삼성물산은 2014년 이래 시공능력평가에서 11년 동안 1위를 계속 기록하고 있으나 도시정비사업 순위에서는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에게 1위 자리를 지속해서 내줬다.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에서 힘을 뺀 결정적인 배경으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거론된다.
2015년 합병 시점까지 삼성물산이 보유했던 도시정비사업 관련 수주잔액은 20조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GS건설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2015년 서울 서초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로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도시정비사업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삼성물산의 갑작스러운 도시정비사업 철수를 둘러싸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석에서 “반도체 만드는 회사가 아파트까지 만들어야 하느냐”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본격적으로 도시정비사업 확대를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은 2021년 오 사장의 취임 이후부터다.
오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21년 5월 주거 브랜드 래미안을 14년 만에 재단장(리뉴얼)하며 주택사업에서 재도약 의지를 보였다.
새로운 래미안 로고는 기존 래미안의 3선과 색상은 유지됐으나 래미안의 한자표기(來美安)는 영문표기(RAEMIAN)으로 바뀌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표기를 위해 곡선과 직선의 부드러운 연결로 이루어진 서체를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오 사장은 2021년 6월에는 리모델링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는 등 도시정비사업 확장을 위한 예열작업에 들어갔다. 2021년 8월엔 일반 분양 업무를 맡고 있던 팀장급 인사들을 도시정비사업팀으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 발표된 삼성물산의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김상국 주택본부그룹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상국 부사장은 2020년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 수주에 성공하는 등 도시정비사업 영업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은 2023년 진행한 건설부문 경력직 채용에서도 주택 정비사업 영업 인력을 충원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당시 삼성물산은 이와 관련해 주택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주택 정비사업 인력을 채용하게 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도시정비사업 왕좌 등극을 노리기 위한 오 사장의 사전 준비 작업 속에 삼성물산의 도시정비사업 실적도 동반 상승했다. 삼성물산은 2021년 9117억 원에서 2022년 1조8686억 원, 2023년 2조951억 원으로 수주 규모를 늘려왔다.
오 사장 체제 아래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던 2024년에는 3조6398억 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순위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과(6조612억 원)의 차이는 약 2조4천억 원이다.
삼성물산이 이번에 수주한 한남4구역의 조합 제시 사업비가 1조5천억 원에 이르는 만큼 이후 다른 사업의 결과에 따라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도시정비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을 올해 따돌리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사업 전문가인 오 사장은 같은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 후배인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와 연초 대형 재개발 수주전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둬 올해 도시정비사업 확장에 기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선 삼성물산의 이번 한남4구역 수주전 승리가 압구정, 성수 등 2025년 시공자 선정이 예정된 아파트 단지들의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역대 서울 재개발 사업의 최대어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도 이르면 2025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압구정 2구역을 놓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또한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은 2025년 하반기에는 성수동 트리마제 오른편에 자리잡은 성수전략정비구역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성수전략정비지구 1~4지구는 2024년 11월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특히 성수전략정비지구 가운데 이미 설계사를 선정한 4지구가 2025년 하반기에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준 기자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2021년 취임 뒤 도시정비사업 왕좌 등극을 위해 공을 들였는데 이번 한남4구역 승리를 계기로 올해는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1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승리를 바탕으로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도 1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전날 서울 용산구의 한 교회에서 열린 한남4구역재개발조합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시공사로 뽑혔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51개 동, 지하 7층~지상 22층, 2331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 것을 뼈대로 한다.
한남4구역은 한남뉴타운 재개발지구 가운데서도 한강변에 자리잡아 입지가 훌륭한 데다가 일반 분양의 비중이 높아 사업성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사업성이 보장된 데다가 재개발 대장주로서의 이름값을 갖춘 한남4구역을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은 18년 만의 일이다.
2007년 진행된 서울 동작구 동작동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내 이수 힐스테이트를 건설했다. 삼성물산으로서는 18년 만의 설욕전에서 승리한 셈이다.
삼성물산은 2014년 이래 시공능력평가에서 11년 동안 1위를 계속 기록하고 있으나 도시정비사업 순위에서는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에게 1위 자리를 지속해서 내줬다.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에서 힘을 뺀 결정적인 배경으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거론된다.
2015년 합병 시점까지 삼성물산이 보유했던 도시정비사업 관련 수주잔액은 20조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GS건설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2015년 서울 서초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로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도시정비사업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삼성물산의 갑작스러운 도시정비사업 철수를 둘러싸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석에서 “반도체 만드는 회사가 아파트까지 만들어야 하느냐”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본격적으로 도시정비사업 확대를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은 2021년 오 사장의 취임 이후부터다.
오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21년 5월 주거 브랜드 래미안을 14년 만에 재단장(리뉴얼)하며 주택사업에서 재도약 의지를 보였다.
새로운 래미안 로고는 기존 래미안의 3선과 색상은 유지됐으나 래미안의 한자표기(來美安)는 영문표기(RAEMIAN)으로 바뀌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표기를 위해 곡선과 직선의 부드러운 연결로 이루어진 서체를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의 원형주동 조감도. <삼성물산>
오 사장은 2021년 6월에는 리모델링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는 등 도시정비사업 확장을 위한 예열작업에 들어갔다. 2021년 8월엔 일반 분양 업무를 맡고 있던 팀장급 인사들을 도시정비사업팀으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 발표된 삼성물산의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김상국 주택본부그룹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상국 부사장은 2020년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 수주에 성공하는 등 도시정비사업 영업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은 2023년 진행한 건설부문 경력직 채용에서도 주택 정비사업 영업 인력을 충원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당시 삼성물산은 이와 관련해 주택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주택 정비사업 인력을 채용하게 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도시정비사업 왕좌 등극을 노리기 위한 오 사장의 사전 준비 작업 속에 삼성물산의 도시정비사업 실적도 동반 상승했다. 삼성물산은 2021년 9117억 원에서 2022년 1조8686억 원, 2023년 2조951억 원으로 수주 규모를 늘려왔다.
오 사장 체제 아래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던 2024년에는 3조6398억 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순위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과(6조612억 원)의 차이는 약 2조4천억 원이다.
삼성물산이 이번에 수주한 한남4구역의 조합 제시 사업비가 1조5천억 원에 이르는 만큼 이후 다른 사업의 결과에 따라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도시정비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을 올해 따돌리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사업 전문가인 오 사장은 같은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 후배인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와 연초 대형 재개발 수주전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둬 올해 도시정비사업 확장에 기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선 삼성물산의 이번 한남4구역 수주전 승리가 압구정, 성수 등 2025년 시공자 선정이 예정된 아파트 단지들의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역대 서울 재개발 사업의 최대어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도 이르면 2025년 상반기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압구정 2구역을 놓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또한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은 2025년 하반기에는 성수동 트리마제 오른편에 자리잡은 성수전략정비구역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성수전략정비지구 1~4지구는 2024년 11월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특히 성수전략정비지구 가운데 이미 설계사를 선정한 4지구가 2025년 하반기에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