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이 9일 경기도 용인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열린 '2025년 신한경영포럼'에서 키케로의 '의무론'을 번역한 정암학당 김진식 연구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진식 연구원은 이날 의무론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신한금융그룹>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주 열린 ‘2025년 신한경영포럼’ 타운홀 미팅에서 '목적'을 화두로 올리며 그룹사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에게 2025년 경영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진 회장은 “목표는 무엇(what)을 해야 하는지를 나타내고 목적은 왜(why)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며 “구성원 모두가 ‘목적’에 대해 공감해 간다면 일류(一流) 신한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와이(why)’를 강조한 것은 3년 만이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이던 2022년 1월 초 임원 워크숍에서 미국 작가 ‘사이먼 시넥’의 책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를 임직원과 공유하며 변화를 주문했다.
진 회장은 당시 “무엇(What)에만 집중하면 특징은 잘 전달할 수 있지만 감동을 주지 못하는 만큼 왜(Why)를 먼저 꺼내야 한다”며 “왜를 먼저 설명하면 감정을 자극해 어떻게(How)와 무엇(What), 즉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이 말하는 왜, 즉 금융의 목적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을 향한다.
이는 그가 2025년 신한경영포럼을 앞두고 임원진과 함께 읽기 위한 고른 책과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진 회장은 이번 경영포럼에서 임원들과 함께 고대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의무론’을 읽고 토론했다.
신한금융은 보도자료에 당시 상황을 녹여냈다.
“키케로는 ‘의무론’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의무에 충실하며 '훌륭함'을 추구하고 개인의 이익 추구에 앞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두 달 전부터 이 책을 숙독하며 포럼을 준비해 온 참석자들은 훌륭한 리더의 덕목과 실천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한편 각자가 생각해 온 다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 회장은 의무론에 나오는 ‘후마니타스(Humanitas)’와 ‘코무니타스(Communitas)’를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정하기도 했다. 인간의 의무(Humanitas)인 훌륭함을 바탕으로 공동체(Communitas)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진 회장이 이번 경영포럼에서 고른 또 한 권의 책은 글로벌 경영컨설턴트 론 카루치가 쓴 ‘정직한 조직’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210건의 조직 평가를 수행하고 3200건이 넘는 인터뷰를 분석하며 15년 간 종단 연구를 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목적’ ‘진실’ ‘정의’를 바탕으로 한 정직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평소 진 회장의 지론인 '정의'와도 연결된다.
진 회장은 책을 좋아하는 CEO로 유명하다. 직접 책을 번역할 정도다.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필명으로 번역한 책 제목은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이다.
올해 진 회장이 3년 만에 다시 한 번 와이를 꺼내들고 기원전 쓰인 고전을 통해 인간다움을 강조하며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정의와 정직을 주요 가치로 내세운 것은 내부통제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업무 과정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선물거래를 통해 13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당시는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한 명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정도로 금융권 전반의 내부통제 강화 요구가 강하게 일던 때다.
진 회장은 이후 홍콩 출장 기자단 간담회에서 신한투자증권 사태를 놓고 “사고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진옥동 회장이 신한은행장이던 2022년 1월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은행 비전을 말하고 있다. <신한은행>
진 회장은 이번 신년사에서도 내부통제를 제1과제로 내세웠다.
진 회장은 “지난해 내부통제에 역점을 두고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고객과 사회의 눈높이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진 회장의 정의와 와이는 3년 전과 비교해 더 무거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신한은행만 이끌면 됐는데 지금은 신한금융그룹 전반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진 회장은 또 다시 앞장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진 회장은 이번 타운홀 미팅에서 임원들에게 “리더의 진정한 영향력은 존경에서 비롯된다”며 “존경 받기 위해서는 과정이 정당해야 하고 남들이 귀 기울일 만한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 회장은 3년 전에도 연초 임원 워크숍 이후 진행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사이먼 시넥’의 또 다른 책 ‘리더 디퍼런트(원제: Leaders Eat Last)’를 소개하며 변화를 위해 리더의 솔선수범을 주문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