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알뜰폰 '1만원대 20GB 5G 요금제' 출시가 사실상 어렵고, 이에 따라 기존 통신 3사가 과점 체제를 이룬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알뜰폰 도매제공의무사업자(SK텔레콤)의 이동통신 데이터 도매대가를 최대 52%까지 낮춰 알뜰폰 사업자에 힘을 실어주고, 이동통신 3사 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에서는 이같은 정부 정책에 실효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6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라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반값 5G 알뜰폰’ 요금제가 출시될 길이 열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알뜰폰 사업자에 제공하는 종량제 데이터 도매대가를 현재 1메가바이트(MB)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약 36% 내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알뜰폰 사업자가 1년에 5만 테라바이트(TB) 이상을 선구매하면 도매대가의 25%를 추가 할인받아, 최대 52% 저렴하게 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다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큰 폭의 도매대가 인하가 이뤄지는 것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도매대가 인하가 본격 적용되면 이동통신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0~30GB 구간까지 알뜰폰 자체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지면서, 1만 원대 20GB 5G 요금제까지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만5천 원 수준의 5G 알뜰폰 요금을 절반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과기정통부 발표에 대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 측은 “정부 정책 방안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이동통신사로서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터를 대량으로 선 구매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추가 25% 할인을 실제로 적용받을 수 있는 알뜰폰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큰 알뜰폰 사업자도 1년에 1만TB 수준의 데이터를 선 구매하는데, 이는 정부가 제시한 추가 할인 조건인 5만TB와 차이가 크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를 52% 할인받을 수 있는 알뜰폰 사업자는 사실상 없다”며 “이를 고려하면 경영 악화를 겪는 알뜰폰 사업자가 반값 5G 요금제 출시할 여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지 못한다면, 기존 통신 3사 중심의 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매출의 약 90%가 LTE에서 나오는 알뜰폰 업체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배분형(RS) 요금제에서는 5G 요금제 9종에서만 통신사 수익배분율이 소폭 낮아졌고, 알뜰폰 주력 상품인 LTE 도매대가는 그대로 유지됐다. 다시 말해 알뜰폰 업체가 LTE 요금을 추가적으로 내릴 여력은 거의 없는 셈이다.
도매대가 산정 방식은 종량형(RM)과 수익배분형(RS)으로 나뉘는데, 수익배분형은 알뜰폰 업체가 요금제를 팔 때마다 통신사가 수익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증권가도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기존 통신 3사 점유율이나 수익성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발표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은 알뜰폰 자체 반값 요금제가 등장하기 전까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