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으로, 셀트리온제약 가치 키워 '3사 통합 셀트리온' 만든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 상장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셑트리온>

[비즈니스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 상장을 위해 셀트리온의 3사 합병을 재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해 ‘통합 셀트리온’을 만드는 것은 서 회장의 오랜 목표였다.

지난해에는 합병 비율 등 가치 산정 문제로 고배를 마신 만큼 서 회장은 셀트리온제약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셀트리온 안팎을 종합하면 서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 상장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나온다. 

서 회장은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027년 셀트리온홀딩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98.1%)로 있는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그룹의 지주회사로 셀트리온 지분 21.96%,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지분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이 국내 대신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데에는 미래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장인 만큼,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나스닥 시장은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 제도를 인정하기에 지배주주나 경영진은 적은 지분율을 가지고도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서 회장은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밝히면서 셀트리온홀딩스의 자금을 활용해 올해 4분기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K푸드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 투자도 언급하면서 해당 사업을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나스닥 상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셀트리온홀딩스 자체의 몸집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셀트리온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가 같은 날 발표한 연도별 셀트리온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개발 강화 전략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진석 대표는 “2028년까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다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13개 임상계획 신청서를 제출하겠다”며 연도별 신약 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 

셀트리온이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닦은 기술력을 항체-약물접합체와 다중항체 등 항체 기반 신약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무산됐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도 있다. 통합 셀트리온을 만드는 것이 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 상장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는 것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 건과 관련해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최종 목표하는 ‘3사 통합 셀트리온’을 완성하기 위해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만 남겨두고 있다. 

서 회장은 2023년 12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8월에는 셀트리온제약과도 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의견 취합 단계에서 무산됐다. 
 
서정진 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으로, 셀트리온제약 가치 키워 '3사 통합 셀트리온' 만든다

▲ 서 회장이 최종 목표하는 '3사 통합 셀트리온' 완성하기까지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만 남았다. 


셀트리온제약 주주들은 찬성했지만 셀트리온 주주들의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셀트리온제약의 가치가 셀트리온과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 성장 동력 확보를 통해 기업가치에 부합하는 역량을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간기능 개선제 ‘고덱스’ 등 합성의약품과 함께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의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외 지역 판권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다. 

셀트리온제약의 실적은 2021년 이후 정체 상태다. 2020년 2335억 원에서 2021년 3987억 원으로 확대됐지만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며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셀트리온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 3860억 원, 2023년 3888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영업이익 또한 2021년 478억 원에서 2022년 382억 원, 2023년 361억 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생산시설 가동 확대 준비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파이프라인(후보물질) 확대에 따른 임상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이에 셀트리온제약은 2024년 바이오의약품 프리필드시린지(약물이 미리 주사기에 충전된 일회용 주사기 제품) 생산을 본격화하고, 당뇨병 치료제 ‘네시나’와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 등 주요 인수 제품의 생산 내재화를 완료하며 실적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과 손잡고 판매 확대도 꾀하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종근당과 고덱스, 국제약품과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대웅제약과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등 공동 판매 계약을 맺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