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건설이 올해 첫 마수걸이로 최상위 입지에 속하는 신용산역 북측1구역 수주에 성공하며 도시정비사업에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재무 건정성과 수주 곳간 확보를 동시에 노리고 있는데 줄어든 해외수주를 메우기는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건설 도시정비 수주 산뜻한 출발, 박현철 해외 수주 돌파구 마련 특명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13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2025년의 첫 달부터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신용산역북측 제1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프로젝트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5월이 되고 나서야 첫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던 2024년과 비교해서는 한층 나아진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롯데건설은 2024년 5월26일 4315억 원 규모의 안양종합운동장 북측 재개발 공사를 수주하며 도시정비사업에서 다소 늦은 스타트를 끊었다.

2023년 도시정비사업에서도 롯데건설은 단 2건(5173억 원)을 수주하는 등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이는 박 부회장이 2022년 말 취임한 이래 다른 무엇보다도 재무 개선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이 취임했던 2022년 말 기준으로 롯데건설의 유동부채는 5조7740억 원에 이르렀으나 2024년 1분기 4조7491억까지 감소했다. 2024년 3분기 기준으로는 매입채무 및 기타유동채무의 증가로 5조1568억 원까지 증가했으나 과거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총계로 따져보면 2022년 6조9537억 원이던 것이 2024년 3분기 5조8887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또한 2022년 264%에서 2024년 3분기 217%까지 낮아졌다.

박 부회장은 2024년 재무 건전성이 확보되자 선별 수주 및 사업성 확보를 기조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다소 늦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은 2024년 한 해 동안 모두 합쳐 1조9571억 원의 수주 실적을 올리며 건설업계 6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건설의 2024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가 8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량보다 좋은 실적을 거둔 셈이다.

롯데건설이 2024년 수주한 도시정비 사업장을 살펴보면 △안양 종합운동장 북측 재개발 △신반포12차 재건축 △천호우성 재건축 △전농제8구역 재개발 △용산 산호아파트 재개발 등이 있다.

롯데건설은 사업성 확보를 위해 기존에 수주한 사업장의 솎아내기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롯데건설 도시정비 수주 산뜻한 출발, 박현철 해외 수주 돌파구 마련 특명

▲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신용산역북측 제1구역 '신용산 르엘'의 특화 설계 조감도.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2024년 9월 2800억 원 규모인 대전 유성 도안지구 오피스텔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포기했다. 초기 투자 손실액만 300억 원 규모에 이르지만 사업을 강행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롯데건설은 2024년 10월 전체 규모만 6조 원에 이르는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신용 공여했던 1046억 원의 대출을 대리 변제하며 사업 참여를 포기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박 부회장의 이런 우량 사업장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은 2025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건설은 GS건설과 컨소시엄을 통해 2025년 상계5구역 도시정비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해당 사업지는 이르면 올해 3월 중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롯데건설, 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찬반 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건설은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수주도 노리고 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2025년 상반기 안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10월에는 사업 시행 인가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도 롯데건설이 노리는 사업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서울시는 2024년 11월25일 제12차 도시계획위원회 정비사업 수권분과위원회를 열고 ‘성수전략정비구역(1~4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결정(변경) 및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

이에 따라 성수전략정비구역 일대는 최고 높이 250m 이하, 용적률 300%(준주거지역 500%) 규모의 아파트로 재개발된다. 주택 공급 규모를 살펴보면 9428세대(임대주택 1792세대 포함)에 이른다.

박 부회장은 재무 건전성과 도시정비에서 다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해외수주에서 아쉬운 결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숙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2022년 해외 공사로만 17억5132만 달러(약 2조5749억 원)를 수주하며 업계 5위를 기록한 이래로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연간 수주액이 1억1768만 달러(약 1730억 원)로 90% 넘게 줄면서 20위 밖으로 순위가 밀려났다

롯데건설은 2024년 해외건설 누적 수주잔액은 마이너스(-) 4506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에 수주했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중국 도급 공사 등의 계약 정산액이 감액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롯데건설이 줄어든 해외 수주를 벌충할 만한 확실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떠오른다.

롯데건설은 그동안 해외 수주의 대부분을 그룹 주력사인 롯데케미칼에 의존해 왔다. 2022년 롯데건설의 해외수주 5위 입성을 뒷받침했던 인도네시아의 석유화학단지 ‘라인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이 발주한 공사다. 

롯데케미칼이 2025년 들어 순차입금 규모를 5조 원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해외법인 매각마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러한 상황에서 계열사 관련 해외 수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질문에서 해외수주 확장 방안과 관련한 질문에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무리해서 해외 사업을 늘리거나 하진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사업성이 높은 해외 건설 공사가 있는지 모색하면서 꾸준히 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