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지난해 시장기대치에 못 미치는 32조7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까지 메모리 가격 하락과 IT 수요 부진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 상반기까지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스마트폰과 PC 등 IT 수요 부진에 더해 디스플레이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진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져서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75조 원, 영업이익 6조5천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2024년 3분기보다 29.19% 줄어들었으며, 시장기대치인 7조9705억 원을 1조4천억 원 이상 밑돌았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300조800억 원, 영업이익 32조73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2년 302조2314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인 35조 원을 밑돌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은 반도체 실적에 따라 상반기와 하반기가 극명히 갈렸다.
삼성전자는 2024년 1분기 반도체 업황이 회복하며 2023년 대비 실적 개선을 이뤘고, 2분기엔 반도체 수요 증가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10조4천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인 8조3천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3분기엔 범용 메모리 수요가 줄고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 부문 적자가 커지며, 시장 컨센서스에 4조 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 3조8600억 원을 기록했다. 갤럭시S24 시리즈 판매량이 늘며 전사 영업이익은 9조1800억 원을 기록했지만, 시장 컨센서스인 10조7717억 원에는 1조6천억 원 가량 못 미친 실적이었다.
이어 4분기엔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가격이 더 가파르게 하락하며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을 낮췄고, 전반적 IT 수요 부진에 따라 스마트폰은 물론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영업이익도 하락하면서 시장 기대치보다 크게 낮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매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총 4조7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가운데 파운드리는 3나노 공정의 수율(정상품 비율) 문제 등으로 대형 고객사 확보에 실패하며 적자를 키웠고,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 출시에 실패한 시스템LSI 부문도 지난해 내내 적자를 면치 못하며 전체 영업이익을 끌어내렸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두 사업부의 총 적자규모는 4조7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삼성전자는 범용 D램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데, 메모리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범용 D램 대량 생산,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메모리 기 재고 비축, IT제품 수요 감소 등에 따른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8∼13%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잠재적 수입 관세 인상에 대비한 노트북 등 세트 제조사들이 조기 메모리 재고 비축이 가격 하락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AI 서버에 활용됐던 첨단 DDR5 메모리 역시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대량 생산에 돌입하며 가격이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금융업체 골드만삭스는 D램 가격 하락이 상반기까지 이어지다 하반기 들어서야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낸드플래시는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PC·스마트폰 등 IT 제품 비중이 높아 가격조정이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문도 올 상반기까지 새로운 대형 수요처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탑재되는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IT 기기 수요 역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목표 생산량을 지난해 10월 밝힌 2억3700만 대에서 2억2900만 대 수준으로 1천만 대 가량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시장 침체 심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삼성전자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침에 따라 올해 스마트폰 생산 목표량을 당초 2억3700만 대에서 2억2900만 대로 1천만 대 가량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삼성전자 갤럭시AI를 적용한 제품들. <삼성전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 역시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5년 기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 교체 주기 연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고 스마트폰 시장 영향으로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PC 시장은 올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10 운영체제(OS) 서비스 종료로 대규모 교체가 예상되며 부진했던 2024년과 비교해 성장이 예상되지만, 부품 가격 상승과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로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 실적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스마트폰 사업도 퀄컴 AP 가격 인상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3분기 회사 모바일경험(MX) 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00억 원 늘었지만, 원가 부담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4800억 원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AP 매입 규모는 6조275억 원으로, 2023년 상반기(5조7457억 원)보다 2818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MX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 3분기 11%에서 지난해 3분기 9.2%로 떨어졌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