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P조선과 성동조선해양, 대선조선 등 중소 조선사들이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생사의 갈림길에 위태롭게 서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채권단의 지원과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불황에 버틸 체력을 비축하고 있지만 중소 조선사들은 신규수주에 어려움을 겪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
◆ SPP조선, 내년 3월 폐업 절차 밟을 듯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PP조선 채권단이 내년 3월에 SPP조선을 폐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PP조선은 10월 말 기준으로 수주잔량이 6척에 불과하다. 내년 2월에 마지막 선박을 인도하면 더 이상 건조할 선박이 남지 않을 정도로 일감이 바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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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승만 SPP조선 사장. |
SPP조선은 2014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수주실적이 없다. 채권단이 SPP조선을 매각할 인수자를 확정한 뒤 수주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SPP조선은 수주잔고가 급속도로 줄고 있는 상황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유조선 8척(3천억 원 규모)을 수주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 등 SPP조선 채권단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지 않아 올해 수주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선수금환급보증(RG)은 조선사가 정해진 기한 내에 배를 만들지 못할 경우 발주처로부터 미리 받았던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줄 것을 보증하는 증서다.
선주들은 통상 조선사에 발급된 선수금환급보증을 확인한 뒤 본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적기에 발급되지 않을 경우 조선사들은 수주에 차질을 빚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SPP조선의 경영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채권단이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할 경우 금융권이 부실여신 규모를 늘리는 꼴이 돼 발급을 거부했다”며 “조선업계의 상황이 나아져 적당한 인수후보자가 나타날 때까지 회사 문을 닫고 자산만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SPP조선은 최근 통영조선소와 고성조선소를 매각하려고 했지만 적당한 인수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에 실패했다. 조선업황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탓에 인수의향을 드러내는 기업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라마이다스(SM)그룹이 올해 초에 SPP조선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채권단과 인수가격에 관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매각이 불발됐다.
◆ 성동조선해양 대선조선, 독자생존 안간힘
정부는 6월에 중소 조선사들에 신규자금을 추가로 지원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자산매각과 인력감원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각자 알아서 살 길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월에 “2조4천억 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선박건조 수요를 창출하는 등 중소 조선사들이 수주절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어 중소 조선사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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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년 성동조선해양 사장(왼쪽), 안재용 대선조선 사장. |
SPP조선이 폐업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점을 두고 정부가 사실상 중소 조선사를 순차적으로 정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성동조선해양과 대선조선 등 다른 중소 조선사들은 SPP조선의 길을 밟지 않기 위해 생존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그리스 선사와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1척에 대한 수주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해양은 같은 조건의 유조선 1척까지 추가로 수주할 수 있는 옵션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금액은 척당 4500만 달러로 2척을 모두 수주할 경우 총 수주금액이 9천만 달러다. 수주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형식적으로나마 수주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을 시장에 알리고 있다.
대선조선은 소규모 선박 수주도 마다하지 않으며 일감을 확보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선조선은 25일 연안여객선(페리)선사인 한일고속과 160M급 카페리 1척에 대한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했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절벽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대선조선은 올해 모두 9척을 신규수주해 2018년까지 작업할 수 있는 일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들의 계약규모가 크지 않아 실제 독자생존이 가능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대형 조선사와 비교해 불황에 버틸 수 있는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소형 선박의 발주량이 급격히 줄고 있어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 조선사들이 줄도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