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서 친환경 에너지 전망 밝아져, 가상화폐 및 AI 친화정책 효과

▲ 5일 중국 홍콩에 위치한 한 가상화폐 거래소 매장 외벽에 가상화폐를 손에 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그림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상화폐와 인공지능(AI) 친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친환경 에너지 수요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화석 에너지에 우호적이어서 그의 취임 뒤 친환경 에너지 시장은 후퇴할 것으로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육성하려는 가상화폐와 인공지능 산업이 엄청난 규모의 전력을 소모해 이를 빠르게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친환경 에너지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차기 트럼프 정부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포함한 전체 전력 공급량 증가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와 인공지능에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미국 내 전력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기 충분하지 않아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미국 전체 전력 수요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2.5%에서 2030년 7.5%로 3배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은 가상화폐나 인공지능 서버 수요를 충당할 만큼 충분한 전기를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상화폐 채굴업체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기존 전력 수요처와 다르게 24시간 내내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점은 친환경 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이 설치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을 갖춰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원자력에너지와 같은 전력원에도 최근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건설에 10년 가량 소모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애초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현 바이든 정부가 시행했던 재생에너지 지원 및 환경 규제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예고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특히 2025년부터 3년 동안 3500억 달러(약 512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친환경 에너지 세액공제 규모를 축소해 정부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정부서 친환경 에너지 전망 밝아져, 가상화폐 및 AI 친화정책 효과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월5일 위스콘신주 웨스트비에 위치한 버논 전기 협동조합을 방문해 태양광 패널을 배경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를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 수요 축소나 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견해가 퍼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에너지 관련 요직인 에너지부 장관과 환경보호청(EPA)장 등 인선에 친화석연료 기조를 뚜렷이 보였다는 점도 친환경 에너지 수요에 부정적 요소로 꼽혔다. 

그러나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가상화폐와 인공지능 정책에 힘입어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기존 예상과 달리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대거 구축하는 빅테크가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도 트럼프 정부 들어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꾸준히 늘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립을 주도하는 빅테크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원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미국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 의원까지 친환경 에너지에 지지를 보내고 있어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후퇴시키기 위한 시도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다 해도 애초 우려와 달리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커질 공산이 커지며 관련 산업에 끼칠 부정적 여파는 제한적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슈로더캐피탈의 닐스 로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재생에너지 투자에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미국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력 공급 확충 과정에서 천연가스 또는 화석연료 발전도 함께 늘어나며 기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할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여러 전력업체 임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친환경 에너지와 천연가스가 계속해서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