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교외 지역 모습. 강추위에 나무들이 얼어붙어 있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산업기관 ‘GIE’ 보고서를 인용해 12월 중순 유럽 가스 재고가 지난 9월 대비 19% 줄었다고 보도했다.
앞선 두 해 동안에는 같은 기간 가스 감소량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가스 소진 속도가 이보다 몇 배는 더 빨라진 것이다. 올해 발생한 강추위로 난방 수요가 높아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겨울 가스 수요가 저조했던 탓에 가스 수입량이 줄어 재고 소진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나타샤 필딩 유럽 가스 시장 기관 ‘아거스 미디어’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유럽은 이번 겨울 동안 낮아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을 보완하기 위해 지하에 보관해둔 재고에 더 크게 의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본, 한국,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저렴해진 천연가스를 경쟁적으로 수입해가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유럽 가스 재고는 전체 수용량 대비 75% 수준으로 집계됐다. 유럽집행위원회는 난방과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회원국들이 겨울철에는 가스 재고를 항시 9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 가스 재고가 이 정도로 빠르게 소진된 것은 2021년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봐도 유럽 가스 재고는 90% 이상을 유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가스발전소 전력 생산단가는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보다 90%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된 탓에 가스 재고를 다시 채우는 것이 어려워져 내년도 발전단가는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일부 유럽 가스업체들은 내년도 가스 공급가를 평년보다 높게 책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빠르게 가스 재고를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는 12월 중순 가스 재고가 올해 9월 대비 33% 감소했으며 프랑스는 28%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대륙이 겪고 있는 추운 날씨 탓에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등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일부 지역들은 가스발전 의존도가 평년보다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내년에는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체결한 가스 수입 계약도 종료되는 탓에 유럽으로 들어오는 러시아산 가스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유럽연합은 사용하는 가스의 5%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안드레아스 거스 유로가스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러시아 가스 수입이 중단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그럼에도 모든 종류의 가스 수입원 변동은 재고를 채워야 하는 시기에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