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 씨렌즈센터(C-Lens Center) 센터장이 기업 사외이사 평판조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커리어케어> |
[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기준으로 국내 50대 그룹에서 활동하는 사외이사는 1000명을 넘어섰고, 2개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이 80명을 웃돌 정도로 사외이사는 이제 기업경영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사외이사는 막연한 자부심이나 명예만으로 맡을 수 있는 직무가 아니다. 한 기업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기업경영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사외이사의 책임과 역할은 앞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유능한 사외이사 영입이 중요해졌다.
안타깝게도 자격 미달의 사외이사를 영입해놓고 곤욕을 치르는 기업들이 종종 발견된다. 부적합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기업의 평판과 신뢰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전문성과 충실성을 두루 갖춘 사외이사를 어떻게 검증하고 선별할 수 있을까.
평판조회가 해법의 하나일 수 있다. 사외이사 영입 시 철저한 검증을 위한 평판조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데 사외이사의 평판조회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할까? 사외이사 평판조회와 임원 평판조회는 어떤 점이 다를까.
비즈니스포스트는 기업에게 평판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씨렌즈센터(C-Lens Center)’의 배영 센터장을 만나 사외이사 평판조회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씨렌즈센터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평판조회 서비스 전문 조직으로 10여 명의 전문 컨설턴트로 구성돼 있다.
- 최근 기업들이 사외이사 평판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외이사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전과 달리 사외이사의 역할과 자격조건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하는 것이 의무화된 지 오래다.
사외이사의 자격요건과 자질 평가도 상당히 엄격해졌다. 사외이사는 더 이상 ‘기업의 거수기’나 명예직으로 여길 가벼운 위치가 아니다. 이렇게 역할이 커진 만큼 선임할 때 검증을 잘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 사외이사 평판조회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사외이사는 주주의 이익 보호, 경영감시 강화,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규제준수와 리스크 관리를 지원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사외이사 후보가 이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하는 평판조회는 기업의 장기적 성공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
- 임원 후보자 평판조회와 다른가.
“임원과 사외이사는 기대하는 역량과 자질이 다르기 때문에 평판조회에서도 다른 잣대를 적용하게 된다. 물론 사외이사 중 일부는 기업 임원을 해 봤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자들의 상당수는 교수나 공무원, 변호사, 회계사 출신이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지만 조직 관리나 영업이익을 창출한 경험은 부족할 수 있다.”
- 사외이사 평판조회 보고서에 들어 있는 항목은 어떤 것들인가.
“대표적인 것이 전문성, 공정성, 충실성, 윤리책임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그리고 이것들을 종합한 정량점수와 총평이 담겨 있다. 전문성은 경영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갖추고 있거나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평가다.
공정성에서는 주주의 이익에 기여하는 방식과 수준의 적절성을 살핀다. 충실성은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의 수준과 실제 직무수행 참여 가능성에 대한 평가다. 윤리책임성에서는 건전한 상식과 일관된 규준을 따르며 기업의 대외적 신뢰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ESG 항목에서는 장기적인 회사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원칙을 갖추고 그에 따라 행동해온 인물인지를 확인한다.”
- 평판조회를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뻔했던 경우도 있나.
“물론이다. 화려한 업적이나 뛰어난 연구 결과를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모든 일에 책임감과 성실함을 가지고 임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평판조회를 통해 치명적인 결격 사유를 밝혀내면서 이것을 놓쳤다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적지 않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승진가도를 달렸지만 조직 안에서는 직원들을 억압해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CEO도 있었고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어 조직과 갈등을 빚었던 대학교수도 있었다.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할 때 해외출장을 핑계로 이사회 불참을 밥먹듯 했던 고위 공무원도 발견됐다.
평판조회가 아니면 이런 사람들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 평판조회 결과를 기업에 전달할 때 느끼는 책임감이 크겠다.
“그렇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기업의 희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최선을 다한다. 후보자 하나하나의 이력과 궤적을 샅샅이 조사하며 엄선한 조회처로부터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에 반영하려 노력한다.
한 기업,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한 축을 담당할 인물을 선정하는 일이라는 부담과 책임의식을 항상 갖고 있다. 사외이사 평판조회를 하는 컨설턴트는 끝까지 중립을 유지하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보안 유지 역시 철저히 해야 한다.”
- 평판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기업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외이사 영입 전에 평판조회를 고려한다면, 평판조회를 하는 회사가 얼마나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후보자의 사회적 위상이나 경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네트워크나 인터뷰 역량을 보유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기업의 중요한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평판조회 전문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