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지배구조 불확실성 털어낸 스캇 박, 사업 다변화 행보 속도 붙인다

▲ 두산밥캣이 지배구조 개편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사업 다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되면서 두산밥캣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걷힌 만큼 스캇 박(박성철)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의 사업 다변화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무산에 따라 두산밥캣이 실적 개선에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 여건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그룹 지배구조의 개편 무산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 6.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로 주목받았던 국민연금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국민연금은 '합병 반대 의사 통지 마감일 전날인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찬성 표결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두산밥캣 지배구조 불확실성 털어낸 스캇 박, 사업 다변화 행보 속도 붙인다

▲ 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최근 비상계엄 사태의 영향으로 국내 주식시장 전반이 가라앉으면서 두산분할 및 합병 관련 회사들의 주가 역시 주식매수청구 가격과 차이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의 무산 가능성이 나왔고 실제로 9일 두산그룹은 임시주주총회를 철회했다.

서준모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되면 상당기간 인위적 개편을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당분간은 업황과 실적에 근거한 정상적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임시주주총회 철회 공시에서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주들께 계속 불확실성을 남겨두는 것보다 빠르게 의사를 결정해서 회사의 방향성을 알려드리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올해 하반기 미국 대선에 더해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까지 경영 환경 전반에 높은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실적에 발목을 잡혀왔다. 불확실성 해소만으로 앞으로 실적 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 충분한 상황인 셈이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미 지역에서 대선 불확실성 및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으로 건설장비 수요가 감소한 부분이 3분기 두산밥캣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며 "미국의 대선 불확실성 해소 및 금리 인하 마무리 등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내년 하반기부터 건설장비 수요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산밥캣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박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 부회장은 2018년 두산밥캣 대표이사직을 맡은 이후로 줄곧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데 주력해왔다.

박 부회장의 노력 덕분에 두산밥캣은 최근 5년 동안 신제품 개발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이전 60년 역사를 통틀어 보유했던 것보다 더 많은 종류의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박 부회장은 모트롤 인수를 추진하는 등 북미 소형 건설기계시장에 주로 의존했던 두산밥캣의 사업 외연을 넓히는 데 공을 들였다.

박 부회장은 대형 건설장비 관련 유압기기 분야에 경쟁력을 보유한 모트롤을 인수해 두산밥캣과 시너지를 통해 중소형 건설장비 및 농업·물류 등의 산업용 장비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른 경쟁사와 협력을 통해 제품군을 넓힌 것도 박 부회장의 다변화 전략의 하나로 꼽힌다.

올해 두산밥캣은 HD현대인프라코어와 '북미 지역 건설장비 상호 공급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산밥캣 지배구조 불확실성 털어낸 스캇 박, 사업 다변화 행보 속도 붙인다

▲ 올해 두산밥캣은 HD현대인프라코어와 ‘북미 지역 건설장비 상호 공급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중형 제품군 강화 기반을 다졌다.


이를 통해 두산밥캣은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HD현대인프라코어의 중형 건설장비 제품 일부를 자사의 '밥캣'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중형 라인업을 강화했다.

박 부회장은 "HD현대인프라코어와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게 돼 기쁘다"며 "제품군을 확장해 두산밥캣 고객과 딜러들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지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무인화가 건설기계업계의 경쟁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역량을 쌓기 위한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점은 박 부회장에 과제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은 이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성사됐다면 두산로보틱스와 시너지를 통해 산업용 자율작업 장비 및 무인화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됐다.

박 부회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인화 건설장비에도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산밥캣은 올해 열린 CES2024에서 AI 기술을 적용한 무인∙전기 굴절식 트랙터 'AT450X'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행사 이후 박 부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무인 자율화 장비 사업의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경영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