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기후대응 지지에서 태도 바꿔, "AI·로봇·우주에 우선순위 둬"

▲ 지난달 뉴욕시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몇 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지지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들어 다른 것들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머스크 최고경영자 주변 인물들을 취재한 결과 최근 머스크는 기후변화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한때 미국 기업인들 가운데 가장 기후대응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인물로 유명했다.

2016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영화 ‘비포더플러드’에 출연했을 때는 기후대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고자 전기차 사업을 시작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테슬라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테슬라에서는 내부 프레젠테이션이 있으면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 나온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문구가 반드시 들어가야 했다.

현재 테슬라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의무 사항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최고경영자 본인도 올해 8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진행한 방송에서 “기후위기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취재한 주변인들 발언에 따르면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여전히 기후변화가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최근까지도 탄소포집과 원자력발전소 등 기후변화 대응과 연관이 있는 기술들로도 사업을 확대해왔다.

다만 머스크 최고경영자 주변인들은 그가 기후대응보다는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우주진출 등 인류 생존과 연관 있는 다른 것들이 우선순위가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온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한 것도 이 같은 사업들에 공화당이 주도하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폴 바렛 뉴욕대 비즈니스 및 인권센터 부국장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트럼프 쪽에 붙은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정책을 추구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며 “그는 트럼프와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사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는 편이 직접 경쟁에 나서는 것보다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기후대응에 부정적 입장으로 선회한 데에는 민주당과 환경단체 등 진보 진영과 갈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아들 비비안 제나 윌슨이 여성으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했을 당시 엑스를 통해 “저들의 ‘워크 바이러스(Woke Virus)’가 내 아들을 파괴하고 죽였다”고 비판했다. 깨어있다는 뜻의 ‘워크(woke)’는 사회 정의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인다.

2021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전기차 정상 모임 행사에 테슬라만 배제됐던 사건도 있었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별다른 공식성명을 내놓지 않았으나 내부 관계자들은 이때 머스크가 크게 화가 났었다고 말했다.

시에라클럽,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과 관계도 기가팩토리 건설을 놓고 크게 악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테슬라의 한 관계자는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기가팩토리 건설과 관련된 갈등을 놓고 “그들은 스스로 환경단체라고 말하면서 진짜 환경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들은 최근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노선을 놓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벤 질루스 시에라클럽 디렉터는 “머스크의 기후변화를 향한 변화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머스크는 트럼프를 수용함으로써 전기차 경제를 파괴하고 일자리를 없애며 기후위기를 통제할 수 없는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태도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