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에센 모터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중국 BYD의 양왕 U9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완성차 기업은 자국 정부로부터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차까지 정책 지원을 받으며 제품 경쟁력을 높여와 관세 장벽에 직면에서도 유럽 시장 공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BYD는 3만5900유로(약 5386만 원) 가격대의 하이브리드 ‘씰 U DM-i’를 앞세워 전기차만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한 EU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EU는 중국산 수입 전기차를 대상으로 기존 관세율에 최대 35.3%를 기업별로 차등해 추가 부과하는 정책을 최근 시행했다.
이렇게 유럽이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해 중국 전기차 제조사 전반에 위기가 번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중국 다수 제조사가 자국 내 극심한 전기차 판매 경쟁을 탈피하고 사실상 수입을 걸어 잠근 미국 대신 유럽을 수출의 돌파구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상위 기업인 BYD가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를 적극 추진하던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EU가 중국 하이브리드차에는 따로 추가 관세를 책정하지 않아 이미 라인업을 갖춰 두었던 BYD는 전기차 관세 인상의 영향을 만회할 수단을 확보해둔 셈이다.
BYD가 하이브리드 모델 '씰 U DM-i'에 책정한 가격은 같은 차종인 폴크스바겐 티구안보다 700유로 낮은 가격이다. 토요타가 판매하는 C-HR보다도 10%가량 저렴하다.
향후 현지 생산으로 비용을 더욱 낮춰 가격 경쟁력을 키울 가능성까지 거론돼 유럽 하이브리드 시장 장악력을 높일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BYD는 현재 건설 중인 헝가리 공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모두 제조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걸로 알려졌다. 내년에 3종의 하이브리드차도 유럽에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중국의 하이브리드차 유럽 수출은 작년보다 20% 늘 것이며 내년에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 7월4일 태국 라용에 위치한 BYD 제조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당국이 2009년부터 친환경차에 보조금을 도입했다고 알렸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정부 보조금을 받은 친환경차 비율은 78%에 다다랐다.
올해도 오래된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교체하는 소비자에 최대 2만 위안(약 391만 원)을 지급해 차량 제조사를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그 결과 중국 기업은 친환경차 중심으로 과감히 전략을 선회할 수 있었고 특히 BYD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BYD 외에도 상하이자동차(SAIC)나 지리자동차 및 니오와 같은 다른 중국 제조사도 하이브리드차로 제품을 다각화하는 유사한 전략을 가져가는 중이다.
이는 순수 전기차에만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집중했던 유럽이나 미국 국가 정책과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유럽 지역에는 엔진을 탑재한 하이브리드차 지원을 축소하는 국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을 장착한 모든 차량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 때문인데 중국 업체가 이 사이를 파고들어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릴 수 여지가 생긴 셈이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일찍부터 하이브리드 차량 경쟁력을 갖춰 온 중국 기업이 유럽 현지 경쟁사보다 저렴한 차량으로 판매를 늘리면 전기차 관세 여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기차 관세가 되려 유럽에서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늘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관세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으로 잠재력을 갖췄던 중국 업체가 하이브리드 시장이라는 우회로를 뚫어 유럽 공략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다만 BYD가 전기차의 경우에서처럼 하이브리드차에서도 무리한 저가 공세를 이어간다면 유럽연합이 수입관세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중국 하이브리드차 업체는 유럽연합의 또 다른 관세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조심스럽게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