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돼 금융권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에서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논의가 지연되는 상황을 놓고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반면에 정찬우 이사장은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
|
|
▲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이 정 이사장의 능력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로 꼽힌 점을 감안하면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 이사장이 취임 당시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 이사장이 박근혜 게이트 연루의혹으로 몸을 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정 이사장은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된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데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부터 각종 금융권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문에서 "차은택이 문화계의 황태자라면 금융계 인사를 주무른 사람은 정 이사장"이라며 “정 이사장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내통하면서 금융계를 주물렀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이 19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참여한 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과 친분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계의 인사권을 쥐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이 최근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의 강도를 높이면서 정 이사장은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거래소 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이 낙하산 인사 논란 때문에 취임 초부터 거래소 노조 등과 갈등을 빚어온 점을 감안하면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 할 경우에 앞으로 리더십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정 이사장이 직접 나설 경우 거래소 지주사 전환에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스스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정 이사장은 물밑에서 꾸준히 야당 의원들과 만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두고 논의했다”며 “정치권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금융권 인사에 관여한 적 없다고 내부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이사장이 각종 의혹들에 공개적으로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아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는 데다 통과되더라도 이사장으로서 수행한 역할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될 것”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