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로 막힌 '혈' 뚫었다, 드블레즈 내수 10만 대 판매 회복하나

▲ 르노코리아가 중형 SUV 신차 '그랑 콜레오스' 흥행에 힘입어 내수 판매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내년 이후 신차 추가 투입으로 내수 10만 대 판매를 회복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르노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극심한 부진을 거듭해온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의 막힌 '혈'이 뚫렸다. 4년 만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가 흥행에 성공하면서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의 하이브리드차를 우회하는 반박자 느린 전기차 전환 전략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맞아 적중한 모양새다.

그랑 콜레오스를 시작으로 신차 프로젝트가 본격 진행되면 2017년 이후 넘지 못했던 내수 판매 10만 대 벽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국내 완성차 업계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11월 내수 자동차 판매 감소세가 뚜렷한 가운데 르노코리아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7301대로 전년 동월(1875대)보다 4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국내 완성차 5개사 합산 판매량은 12만3616대로 전년 동기(13만2021대)보다 6.4% 감소했다. 특히 현대차는 12.3%, 기아는 4.0%, KG모빌리티는 34.5%, 한국GM은 71.4% 등 르노코리아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업체 4개사 모두 1년 전보다 11월 판매량이 뒷걸음쳤다.

르노코리아가 최근 내수 판매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지난 9월9일 출고를 시작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랑 콜레오스'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9월 3900대, 10월 5385대, 11월 6582대가 국내에서 판매됐다. 11월 판매량은 국내 시판 SUV 가운데 판매 3위, 국내에서 판매된 모든 차량 중 5위에 해당하는 호실적이다.

지난 10년 간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량을 보면 2016년 11만1101대로 정점을 찍었고, 2017년 10만537대, 2018~2020년 9만대 안팎을 기록한 뒤 가파른 내리막을 걸었다. 2021년 6만1096대, 2022년 5만2621대, 2023년 2만2048대로 바닥을 찍었다. 그랑 콜레오스 출시 전인 올해 1~8월까지도 전년 대비 9.3% 감소세를 이어갔다.

2020년 3월 국내 출시된 XM3(현 아르카나) 이후 4년이 넘도록 르노코리아가 새로 내놓은 신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의 신차 프로그램인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실이다. 

2022년 3월 르노코리아 대표에 오른 드블레즈 사장은 그해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를 전면 배치하고 전기차 출시는 2026년 이후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당시 드블레즈 사장은 "2026년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20% 정도이고, 나머지 80%는 내연기관차일 것"이라며 "한국에서 2026년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은 전혀 늦지 않은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했다.

프로젝트명 오로라1이라 불렸던 그랑 콜레오스는 1.5 터보 가솔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주력으로 2.0 터보 가솔린 모델이 함께 출시됐다. 올해 1~10월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12만2672대로 전년 동기보다 7.8%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1만1769대로 24.8% 증가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세계적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직격탄을 맞아 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드블레즈 사장의 반박자 늦은 전기차 전환 전략이 빛을 발한 셈이다.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로 막힌 '혈' 뚫었다, 드블레즈 내수 10만 대 판매 회복하나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비즈니스포스트>

신차 없이 마주한 내수 시장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온 드블레즈 사장은 올해 그랑 콜레오스를 시작으로 매년 친환경 신차를 출시해 판매실적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는 프랑스 르노의 전기차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을 수입해 국내 출시하고, 2026년 초엔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오로라2)를 내놓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한다.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잡은 자체 개발 전기차 모델 오로라3 프로젝트에도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투자 계획도 그려뒀다.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 3월 부산시와 미래차 생산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 모델 오로라1·2 프로젝트에 7천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오로라1·2 프로젝트 이후 차세대 전기차 모델의 개발·생산까지 확정되면 2027년까지 모두 1조5천억 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하이브리드차 세금 감면 혜택 종료에 앞서 12월 그랑 콜레오스 생산 물량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은 혼류 생산이 가능한 만큼, 시장 상황에 맞춰 연말 생산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그랑 콜레오스를 고객에 충분히 전달드리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의 11월 누적 내수 판매량은 3만2738대다. 하지만 그랑 콜레오스 판매가 늘어나고, 내년부터 신차가 추가로 투입하면 내수 10만 대 판매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부산 공장은 3교대 기준 최대 연간 30만 대, 2교대 기준 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2교대 체제로 운영 중이며, 지난달 내수와 수출을 합쳐 월간 최대 생산능력에 근접한 약 1만5천 대를 생산했다.

회사는 내수 판매부진이 지속되자 작년 11월부터 2교대를 중단하고 1교대로 공장을 돌리다, 7개월 만인 지난 6월 그랑 콜레오스 출시에 대비해 주야 2교대 체제로 복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