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는 28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에어인천을 ‘적합한 매수인’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EC는 이전까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까지 소유하는 것이 독과점에 해당한다며 적절한 사업자를 선정해 화물사업부를 넘겨야만 합병을 허락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대한항공이 EC에서 내세운 조건부 승인 절차를 수행함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절차는 미국 법무부의 판단만이 남았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달리 따로 승인 결정을 내리는 절차가 없기에 독과점 소송 제기가 없다면 승인으로 간주된다.
항공업계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 유럽당국의 승인을 받은 만큼 미국 법무부에서도 독과점 소송을 따로 제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박 부회장이 금호건설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어느 시점에서 처분할지를 놓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호건설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로 전체 주식의 30.77%인 2289만602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따로 아시아나항공 주식 3333주를 갖고 있다.
대한항공은 합병 승인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올해 12월 신주 인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9%를 확보한 뒤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편입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금호건설의 지분율은 11.1%로 떨어지게 된다.
금호건설로서는 적절한 시점을 선택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지금의 금호건설)과 특수 관계인이 아시아나 및 자회사 주식을 거래 종결일로부터 1년 이후 더는 소유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한다’는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력을 다한다’라는 문구에 강제성이 내포된 것은 아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금호건설이 사실상 지분 처분을 확정했다고 해석한다.
금호건설이 실적 부진과 현금흐름 악화로 고역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은 시급한 경영 과제다.
실적 부진으로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데다 부채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건설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한 금액을 차입금 등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2024년 3분기 매출 3870억 원, 영업손실 1574억 원을 거뒀다. 2023년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5.4%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부진에 더해 자본 규모는 줄어들고 부채 규모는 커지는 등 재무 건전성도 악화됐다.
2024년 3분기 기준으로 금호건설의 자본은 55.3% 감소한 2098억 원, 부채는 9.9% 증가한 1조3435억 원을 기록했다. 금호건설의 올해 3분기 부채비율은 640%로 전년 동기 260%에거 급등했다.
금호건설은 3분기 실적을 놓고 “잠재적인 원가 상승 요인을 이번 분기에 선제적으로 모두 반영하면서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늘어났다”며 “3분기를 바닥으로 4분기부터는 실적이 반등함에 따라 2025년에는 건실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흑자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에게 금호건설의 경영 정상화는 금호그룹 재건이라는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때 재계 순위 7위에 오를 만큼 규모가 컸으나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후폭풍과 박 부회장의 아버지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이 경영권 다툼 등 내우외환을 겪으면서 붕괴됐다.
현재 금호그룹은 금호건설과 금호고속만이 남아 있으며 박 부회장은 박삼구 전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짋어지면서 재계에서 '비운의 황태자'로도 불린다.
박 부회장은 1975년 7월16일 서울 출생이다. 휘문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경영대학원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아시아나항공과는 2002년 아시아나항공에 전략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하면서부터 연을 맺었다.
2019년 아시아나항공 매각 당시 금호석유화학의 인수 여부 검토 사실이 알려지자 “진성 매각인만큼 금호아시아나 및 특수관계사나 금호석유화학도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하는 등 친척이 경영하는 금호석유화학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