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발표한 박근혜 게이트 수사 중간발표에서 대기업에 대해 뇌물죄 적용이 빠졌지만 안심하기에 이르다.
특히 삼성그룹과 SK그룹, CJ그룹 등 미르와 K스포츠 출연금 외에도 여러 의혹에 연루된 기업들의 경우 중간발표에서 빠진 점이 오히려 더욱 긴장감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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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21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중간수사 발표에서 미르와 K스포츠에 돈을 낸 대기업에게 뇌물죄를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은 데 대해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은 20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재단 출연금 관련해 발표한 공소장에서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닌 강압에 의한 출연금으로 판단해 기업들을 사실상 피해자로 파악했다.
그런데 공소장에 삼성그룹, CJ그룹, SK그룹이 언급되지 않은 배경을 놓고도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다 죽어가는 박근혜 정권보다 재벌이 검찰에겐 ‘살아있는 권력’”이라며 “이렇게 노골적이고 화끈한 재벌대기업 봐주기 수사를 이전에도 본적이 없다”다고 비난했다.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중간발표라는 점, 2~3주 후 특검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강도높은 수사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공소장에 삼성과 CJ그룹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수사를 더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좀 기다려 달라는 시그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뇌물죄 적용 여부의 핵심인 대가성 측면에서 가장 의혹이 컸다. 재단금 출연 외에도 삼성전자가 최씨 모녀에게 개별적으로 35억 원을 줬고 이와 관련 박상진 사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번 검찰 중간발표에서 삼성의 승마 지원금 관련한 내용은 빠져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 과정에 최씨 등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CJ그룹과 SK그룹도 각각 이재현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의혹이 이번 검찰수사에서 해소되지 않았다.
CJ그룹은 최순실씨의 최측근 차은택씨가 주도한 K컬처밸리에 1조4천억 원이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 관련해 의혹이 남아 있다. 검찰은 손경식 CJ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재현 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얘기를 나눈 뒤 돈을 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지난해 7월 김창근 의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뒤인 8월 최 회장이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기업인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면서 대가성 지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K스포츠가 재단 출범 후인 올해 2월 80억 원을 요구했고 이 무렵 최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도 드러나 의혹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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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 박근혜 대통령까지 뇌물죄에 대한 문제를 밝혀내려면 삼성그룹과 CJ그룹이 출연하고 지원한 부분에 대해 대가성을 밝히는 게 핵심이었다”며 “삼성과 CJ가 가장 의심을 받은 상황에서 진짜 검찰수사는 지금부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수사는 특검이 시작되기까지 약 2~3주의 시간이 남아 있다.
검찰은 최씨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이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못 박았다. 또 박 대통령의 뇌물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제3자 뇌물공여죄는 '쌍벌죄'인 만큼 박 대통령에게 뇌물혐의가 적용되면 기업들 역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재단 출연기업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를 정면 거부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기업들과 구체적인 청탁관계를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검찰이 특검에게 관련 자료를 모두 넘겨줄 것이고 국정조사도 벌어질 예정이어서 삼성그룹과 CJ그룹, SK그룹은 긴장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