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들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로를 고발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더 탁해지고 있다.
난전의 중심에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의결권을 상당히 행사할 것으로 여겨지는 재단이 자리하고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사실상 이끌어온 가현문화재단이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어머니 송영숙 회장을 경찰에 고발한 것을 놓고 재단 의결권을 봉쇄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관련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두 형제가 송 회장과 한미약품그룹 산하 재단을 향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재단 의결권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교통회관에서 이사회 정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 등이 포함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임시 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안건이 가결되는지 여부에 따라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끝날 수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측 인물 5명, 모녀가 속한 3인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측 인물 4명 등 9명으로 이뤄져 있다.
형제측이 현재까지는 이사회 정원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임시 주총 결과에 따라 3인연합측에 이사회 과반을 내줄 수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주총은 매우 중요하다.
형제측 지분이 3인연합측보다 낮다는 점을 보면 이번 임시 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동수 구성은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3인연합은 정관 변경 이외에도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는데 이는 현재 3인연합이 확보한 지분만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다. 즉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형제측 5명과 3인연합측 5명의 인물로 구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3인연합측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려면 정원을 확대해야 하는데 이는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 사항이라 특별결의를 통해 가결해야 한다. 이를 통과시키기 위한 지분율은 3인연합측도 확보하지 못했다.
송영숙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이는 재단의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이 그나마 3인연합측 의결권으로 분류된다는 점이 그나마 3인연합에게 다행인 지점이다.
송영숙 회장 이름으로 9월4일 제출된 한미사이언스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는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포함돼 있다.
가현문화재단은 9월30일 기준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5.02%, 임성기재단은 3.0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8% 이상이 재단에게 있는데 3인연합은 이들을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송 회장은 2002년부터 2020년까지 가현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실질적 운영을 이끌어왔고 현재도 가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뮤지엄한미 삼청의 관장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실상 가현문화재단에 송 회장의 입김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한미약품그룹 산하 재단을 두고 날카로운 반응을 연달아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재단의 의결권을 제한해야만 3인연합이 원하는 그림을 어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형제측이 어머니 송영숙 회장 등을 경찰에 고발한 것부터 재단 기부금 출연을 중단한 것도 재단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
▲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사진)가 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종훈 대표이사는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 계열사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재단이 한쪽 편을 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만약 한쪽 편을 들게 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재단에 경고를 하기도 했다.
두 재단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송영숙 회장 측에 힘을 실었다. 이들의 의결권을 제한해야만 3인연합측으로 분류되는 지분율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
임종훈 대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재단이 3인연합측 지분에서 빠지게 된다면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5.6%인 반면 3인연합이 직접보유한 지분은 33.78%에 그치게 된다.
친인척 지분으로 분류되는 3.10%가 모두 3인연합에 서고 국민연금까지 돕는다 해도 3인연합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은 40%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특별결의 안건을 가결하기 위해서는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이상의 찬성 및 발행주식의 2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의결권 100%가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형제측은 33.34%를 보유하면 저지할 수 있고 반면 3인연합측은 66.67%를 보유해야 안건을 가결할 수 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