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에서 ‘비전프로’와 ‘애플카’ 등 신사업을 이끌던 주요 임원이 회사를 떠나며 세대교체가 빨라지고 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이폰 이후 새 성장동력을 찾는 데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애플이 사업 방향성을 고심하는 과정에서 인적 쇄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투자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플의 ‘팀 쿡 시대’가 막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주주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팀 쿡의 리더십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IT 기술 발전에 적합하지 않아 애플을 후발주자에 그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팀 쿡이 CEO에 취임한 2011년 이래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주요 하드웨어 라인업과 콘텐츠 사업을 확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수 년 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고 애플의 신사업 진출 시도도 번번이 실패하며 큰 폭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애플은 올해 초 10년 가까이 연구개발을 지속하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사업팀을 해체했다. 기술 발전 성과가 부진하고 시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슷한 기간에 걸쳐 기술 개발이 이뤄진 혼합현실(MR) 헤드셋 형태의 공간 컴퓨터 ‘비전프로’도 올해 초 출시되었지만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연이은 신사업 실패는 결국 해당 사업을 총괄하던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애플카 개발에 참여한 DJ 노보트니 부사장은 올해 초에 전기차 제조사 리비안으로 이직했다. 비전프로 사업을 이끌던 댄 리치오 부사장은 애플을 지난 10월 떠나게 됐다.

이들의 퇴사를 놓고 단순히 담당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축소되어서가 아니라 애플 주요 임원들의 세대교체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 고위 임원들이 연달아 퇴사하는 사례는 최근 수 년째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2년 말부터 2023년 4월까지 애플을 떠난 고위 임원은 12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부사장급으로 각 분야에서 핵심 실무를 담당해 왔다.

그 후에도 노보트니 부사장과 리치오 부사장을 비롯해 루카 매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매트 피셔 앱스토어 총괄, 댄 로스크스 공급망 총괄, 캐롤 서피스 최고인사책임자(CPO)를 비롯한 최고위급 임원도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애플에서 한 해 동안 교체되는 부사장급 임원은 보통 1~2명에 불과했다며 이러한 변화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바라봤다.

이들이 애플을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애플의 성장 정체와 신사업 실패 등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애플의 미래에 분명한 한계를 느낀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거나 애플이 미래 성장 전략을 대폭 바꿔내는 과정에서 인사 교체를 가속화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최근 애플은 자동차와 혼합현실 시장 대신 인공지능 로봇과 스마트홈 분야로 눈길을 돌리며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찾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자연히 이런 변화에 맞춰 임원 세대교체도 빨라지며 대규모 전략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마켓워치는 애플이 마침내 팀 쿡을 대신해 더 적극적으로 혁신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새 CEO 선임을 고려해야만 할 시점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팀 쿡의 경영 전략은 영업 성과에는 효율적이지만 시장 변화에 대응이 늦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새로운 리더십이 해답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켓워치는 애플의 기술 혁신이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점점 더 위협을 받고 있다는 관측도 전했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갤럭시 스마트폰 라인업에 차별화한 기능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경쟁 상대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제품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시점도 삼성전자와 비교해 크게 늦어지고 있다. 이는 IT기업의 경쟁력과 미래 성장성에 치명적이다.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에서 대규모 인적 쇄신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삼성전자의 기술 혁신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하는데 긍정적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의 임원 세대교체도 이런 결과로 이어져 삼성전자와 한층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마켓워치는 “애플의 최우선 과제는 인공지능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기술 혁신을 계속 주도해 나가는 기업이라는 점을 주주와 소비자들에게 보여줘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