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위키미디아 커먼스> |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내년에 재생에너지 확대와 취약계층 지원 등 기후대응에 사용할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기후단체 플랜1.5는 5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안을 분석한 ‘2025년 기후예산: 주요 사업별 쟁점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증액이 필요한 14개 사업과 감액이 필요한 8개 사업을 지목했다.
플랜1.5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이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 지출 사업의 기후위기 대응 연관성과 효과성을 분석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나 전년 대비 예산이 감액된 사업을 ‘증액 사업’으로 분류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이 없거나 화석연료 사용을 높이는 사업을 ‘감액 사업’으로 분류했다.
기재부가 관리하는 기후대응기금은 기금 목적 자체를 기후위기 대응에 두고 있는데도 관련 예산이 집중적으로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025년도 예산안을 보면 전체 예산은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는데 증액된 예산 대부분이 산업계 지원에 몰렸다.
시민 삶의 질 개선이나 정의로운 전환과 직접 연관되는 공공건묵물 그린리모델링,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 탄소중립도시 숲 조성 등 사업들은 도리어 예산이 삭감됐다.
특히 10년 이상 노후된 어린이집, 보건스, 병원에 냉난방 기기를 지원하는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예산이 10.2% 삭감됐다. 취약계층 및 사회복지시설 대상 고효율 냉난방기를 지원하는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은 2007년 사업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편성된 예산이 줄었다.
플랜1.5는 이에 "산업계 지원을 위해 취약계층과 저소득층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기후대응기금에 포함된 산업계 지원 사업들도 기후위기 대응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재편 지원 기반 구축 사업은 지금까지 484개 기업을 지원했으나 2016년 사업 시행부터 지금까지 재편된 사업 유형이 탄소중립에 해당하는 사례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환경산업 투자펀드 사업도 미래환경 및 녹색중소 및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조성됐으나 실제 에너지 및 탄소 저감 분야 투자 내역은 전체 금액의 4.6%에 불과했다.
산업부가 운영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보면 재생에너지와 수요관리 예산은 각각 전년 대비 5%, 44% 줄었는데 원전은 22% 늘었다. 또 전반적으로 증액된 연구개발 예산안에서도 재생에너지 관련 연구개발 예산은 오히려 0.91% 줄었다.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견인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보조 및 융자 사업들도 전년 대비 대폭 삭감됐다. 융자 사업은 11.6%, 보조금은 6.6% 줄었다.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이번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현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예산을 집중 편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원전과 산업계 지원이 아니라 취약계층 지원, 재생에너지, 수요 관리 등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회 예산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