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매크로닉스의 루 치위안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단기 이익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현재 상황이 삼성전자가 기술적 우위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으며, 여전히 전반적으로 가장 유능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 루 치위안 매크로닉스 최고경영자. <대만국립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
루 치위안 매크로닉스 CEO는 24일 대만의 커먼웰스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매크로닉스는 1998년 설립된 대만 소재의 비휘발성 메모리(NVM) 반도체 제조사다.
루 CEO는 삼성전자의 현재 상황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단기 이익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삼성의 리더십은 너무 ‘사업 지향적’이 돼, 마치 최고기술관리자(CTO)가 최고재무관리자(CFO)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과 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분야에서는 장기적 비전이 필요한데, 삼성전자가 이를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즉각적 재정 수익에 집중해 인공지능(AI) 부상과 HBM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상황이 삼성전자의 기술력 부족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 문제는 삼성의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실 삼성전자는 여전히 단일 칩 메모리 생산 분야에서 최고”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HBM을 개발한 최초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다만 삼성전자는 HBM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 기존 D램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루 CEO는 “반도체 산업에서 ‘동생’으로 평가받던 SK하이닉스는 HBM을 진지한 기회로 받아들였다”며 “오늘날 SK하이닉스는 HBM 선두주자이고 삼성전자는 뒤처졌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메모리 기업 가운데 최초로 5세대 HBM, HBM3E의 엔비디아 인증을 받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인증이 1년 가까이 지연됐다. 최근 HBM3E 현장 인증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만국립대학 명예교수로도 재임 중인 루 치위안 CEO는 30년 이상 반도체 산업에서 근무하며 대만 총리상을 수상한 반도체 전문가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07년부터 매크로닉스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