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널드 존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위기상황으로 보고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 유일호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시장안정화 적극 조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6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을 안정화시킬 방안도 빠르게 실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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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6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첫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유 부총리는 “시장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던 만큼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는 ‘최순실 게이트’와 가계부채 증가세 등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데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미국 대선결과까지 겹쳐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효과가 확산될 것으로 유 부총리는 내다봤다.
유 부총리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수시로 열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동향을 살펴볼 관계기관 합동점검반도 24시간 상시로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기관에는 외화유동성, 외채, 외환보유액 등을 철저하게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외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하는 등 외화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정책 우선목표를 ‘제조업의 부흥과 인프라투자 확대 등을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로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화석에너지 등의 자원개발에도 힘쓸 것으로 예상해 관련 분야의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특히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강화하고 주요 국가들에 환율에 관련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 의회에서 비준될지 여부와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을 놓고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의회 구성이나 업계의 요구에 따라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나타날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한국과 미국의 공조가 더욱 강화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도 시장안정화에 소매 걷어붙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긴급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정부와 협업해 시장안정화 대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특히 환율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 등 외환시장의 안정화 조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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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긴급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이 총재는 “한국은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며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더욱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 이후 나타날 미국 정책의 변화가 한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데에도 온힘을 쏟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으로 열린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증시 혼란을 안정화시킬 방안을 논의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시기에 증시 안정화 대책 등을 시행하겠다”며 “시장의 혼란을 틈타 불법적인 주식매매를 하거나 루머를 유포하는 행위도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금융권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미국 대선결과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해외 투자금융(IB)회사와 국제신용평가사 등과도 소통을 강화해 최근 제기된 국가신용등급의 강등 가능성 등에도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