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취임 4년' 확 달라진 현대차그룹 위상, 미래 모빌리티로 또한번 대도약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메리바라 제네럴모터스(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2일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로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그룹을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으로 키웠고, 대중화 시대를 앞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확보했다.

정 회장은 기존 전통적 자동차를 만들어 온 현대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로 탈바꿈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며 미래 모빌리티시장 선점을 통해 또 한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11일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포커스투무브에 따르면 올해 1~8월 현대차그룹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모두 430만 대의 자동차를 팔아 지난해에 이어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자리를 유지했다.

일본 토요타그룹이 같은 기간 600만 대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했고, 독일 폭스바겐그룹 530만 대로 2위를 기록했다. 

4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360만 대), 5위 스텔란티스(303만 대), 6위 제너럴모터스(GM)가 현대차그룹의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까지 세계 완성차 판매 순위에서 10위 권 수준에 머물렀으나, 2010년 자동차사업 진출 초기 조립 물량을 주던 미국 포드까지 제치고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 

그 뒤 2020년 잠깐 4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줄곧 5위권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다 2022년 사상 처음 3위에 오른 뒤 올해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 회장은 세계 전기차 시장 개화기에 현대차그룹의 전용전기차 플랫폼 E-GMP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서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약 47만5천 대를 판매하며 판매량 기준 7위에 올랐다. 내수 판매 비중이 높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를 제외하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4분기부터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전용공장(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HMGMA), 기아 오토랜드 화성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을 차례로 가동한다.

정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전기차 364만 대를 생산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3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전통적 완성차 업체에서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전기차는 그 시작점으로 전기차보다 조금 더 먼 미래 수송을 책임질 수소연료전지차차(FCEV)를 비롯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은 모두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정 회장이 미래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는 길에는 더욱 도전적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세계 수소차 시장점유율 32.7%로 세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부터 수소차 투자를 시작해 2013년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 모델 투싼 ix 퓨얼셀을 공개하고 2018년 수소차 넥쏘를 출시하는 등 선제적 투자로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세계 수소차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9010만 대)의 0.0018%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연구개발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9월 수소차 비전을 발표하는 하이드로젠웨이브 행사에서 2023년 내놓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시제품을 공개했지만, 작년 9월 해당 시스템 양산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이에 정 회장은 자동차업계에선 이례적으로 경쟁업체와 협력을 통한 수소차 돌파구 마련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1위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과 전기차·수소차 기술 공동 개발 등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재 GM이 승용 수소차 양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만큼 함께 수소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현대차그룹이 수소연료전지 등 주요 부품을 공급하면 GM이 구동시스템 부품 개발을 맡는 등의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 회장이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업체 일본 토요타와 수소부문 협력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 회장은 오는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레이싱 행사에서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과 만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3월에도 일본 토요타 본사를 방문해 아키오 회장과 수소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번 행사를 계기로 수소차, 수소 생태계 확장과 관련해 두 회사가 구체적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의선 '취임 4년' 확 달라진 현대차그룹 위상, 미래 모빌리티로 또한번 대도약

▲ 슈퍼널이 CES 2024에서 최초로 공개한 차세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 SA-2. <현대차>

정 회장은 미래 현대차그룹의 사업 비중을 자동차 50%, 개인용 비행체(UAM) 30%, 로보틱스 20%로 그려뒀다. 

그 중 UAM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 기술개발 목적의 시제기 초도비행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AAM(미래항공모빌리티)본부를 중심으로 항공용 친환경 파워트레인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에선 독립법인 슈퍼널을 통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UAM 기체를 개발하고 있다. 

신재원 현대차 AAM본부장 사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UAM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이동수단"이라며 "UAM 상용화는 축적해 온 개발 데이터 없이 항공용 친환경 파워트레인과 수직이착륙 기체 등을 모두 새롭게 개발해야하는 도전적 과제"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기존 항공업계 수동 생산 방식과 달리 이미 보유하고 있는 대량 생산기술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점과 전동화·수소연료전지·자율주행 관련 기술 등을 선제적으로 내재화한 점 등은 UAM 상용화 과정에서 갖춘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로보틱스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핵심 기술 내재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인수한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사람과 같은 공간 안에서 복잡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로봇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개발해왔다.

이 회사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모바일 물류로봇 '스트레치'는 이미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로보틱스랩은 인간과 안전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독창적 전문 로봇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웨어러블 로봇, 모바일 플랫폼 PnD 및 모베드(MobED), 고객 응대 로봇 달이(Dal-e),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 등 서비스 로봇을 선보였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는 '2023 오토모티브 뉴스 올스타' 38인 중 최고 영예인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에 정 회장을 선정하며 "정 회장은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AI), AAM 등을 포괄한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정 회감은 소감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와 AI, PBV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AAM 등을 통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인류 발전에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고, 고객 기대 이상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