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이사 사장이 매각을 앞둔 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난관에 봉착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이사 사장이 매각을 앞둔 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난관에 봉착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 이후 실적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데다 여행업 투자심리도 수그러들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도 반감될 형편에 놓였다.
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티몬과 위메프에서 발생한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 이후 여행 수요가 위축된 데 이어 여행업계의 경쟁도 심화하면서 주요 여행사들의 실적 눈높이도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3분기는 여름 방학·휴가가 포함돼 있어 여행업계 성수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는 티몬·위메프 사태가 여행 수요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쳤다.
일본 난카이 대지진 경보 탓에 국내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일본 여행 수요도 단기적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3분기에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9월부터 영업 환경이 회복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지만 수요 위축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여행사들이 상품 가격을 낮추는 등 경쟁 강도 역시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여행업계 맏형이라 할 수 있는 하나투어는 다른 여행사들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긴 하다.
하나투어가 잠정집계한 3분기 해외 송출객 수는 전체는 88만6천 명, 패키지는 49만5천 명이다. 지난해 3분기(전체 73만 명, 패키지 35만9천 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다만 경쟁 심화에 따라 상품 판매단가가 낮아지고 비용이 일부 늘어나며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소폭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은 하나투어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484억 원, 127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7% 늘지만 영업이익은 4% 줄어드는 것이다.
기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인 188억 원을 크게 밑도는 것이기도 하다.
송 사장으로서는 하나투어 주가가 올해 초와 비교해 많이 떨어진 것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나투어 주가는 올해 3월 7만600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였고 티몬·위메프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8월 초에는 4만4150원까지 주저앉았다. 최근까지도 하나투어 주가는 5만 원을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나투어 매각을 앞둔 시점에서 매각 작업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나투어의 최대주주인 ‘하모니아1호유한회사’는 지분 매각을 위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놓은 상태다. 하모니아1호유한회사는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하나투어 지분 16.68%를 들고 있다.
송미선 사장은 애초 IMM프라이빗에쿼티가 발탁한 대표이사다. 회사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을 완수하는 게 송 사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하모니아1호유한회사가 2020년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하나투어 지분의 1주당 단가는 5만5500원이다. 그보다 낮은 현재 주가 수준에서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회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이사 사장.
송 사장은 1976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경영대학원MBA) 등을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파트너를 지낸 경영 전문가다.
송 사장은 IMM프라이빗에쿼티가 2020년 하나투어 경영권을 확보한 뒤 하나투어에 합류해 재무경영부문 각자대표이사로 일하다 지난해부터 단독대표이사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송 사장이 하나투어 경영을 맡은 시기는 코로나19로 여행업계가 가장 어려웠던 때다. 당시 송 사장은 각종 자산을 매각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재무체력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여행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트렌드를 반영한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는 등 여행업 본연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도 본격화했다.
이런 노력과 함께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자 하나투어는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 340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 행진을 이어가며 실적 눈높이도 높이는데 성공했다.
하나투어의 온라인 회원수는 6월 기준 782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모바일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분기 기준 평균 50만 명으로 전년보다 36% 늘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티몬·위메프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며 회사 매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송 사장을 비롯한 하나투어 경영진과 임원들이 8월 회사 주식을 장내 매수한 배경도 이런 상황들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책임 경영 의지와 실적 자신감을 외부에 보이겠다는 것이다.
송 사장은 8월23일 하나투어 주식 1천 주를 4만8100원에 매수했다고 보고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행사들의 3분기 실적은 부진하고 4분기 수요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나투어도 티몬과 위메프 이슈에 따른 1회성 비용(2분기에 손실로 반영)에 더해 산업 내 경쟁이 심화로 연간 영업이익 600억 원 안팎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여행업종 주가의 추가적 하락은 제한적으로 보지만 수요 회복을 확인하기 전까지 기간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