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군의날 '로봇개'로 확인된 무인전투체계, "중국산 부품 의존 줄일 생태계 필요"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2024-10-04 15: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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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본부 정책실은 4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KADEX 2024)에서 ‘유·무인복합전투체계 발전 세미나’를 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계룡(충남)=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국군의 날 사족보행 로봇 행진이 유·무인복합전투체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인 가운데 시스템 성공을 위한 전문가들의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육군본부 정책실은 4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KADEX 2024)에서 ‘유·무인복합전투체계 발전 세미나’를 열었다.
김흥준 육군본부 소장, 김인호 국방로봇학회 회장, 차도완 국방대학교 교수, 이만석 육군사관학교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는 김흥준 육군본부 소장의 환영사와 김인호 국방로봇학회 회장의 축사로 시작됐다.
▲ 국방 로봇의 주요 기술 및 발전 방향에 대해서 세미나를 진행하는 차도완 국방대학교 교수. <비즈니스포스트>
김인호 국방로봇학회 회장은 “지금 같은 저출산 시대에 여성 군복무 확대, 시니어 입대 등 여러 대안이 있지만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무인복합전투체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며 “만약 20년 동안 유·무인복합전투체계의 발전이 제자리걸음을 하다 갑자기 전쟁을 겪는다면 개전 첫날 10만 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미나는 두 번의 발표 세션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먼저 차도완 국방대학교 교수가 ‘국방 로봇의 주요 기술 및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차도완 교수는 “유·무인복합체계 가운데 무인체계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국방 로봇”이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볼 수 있듯 요즘은 간단하고 원시적인 형태로 국방 로봇을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는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국민들에게 후원을 받아 (단순한 형태로 설계된) 다수의 드론을 만들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각각 100만 대, 140만 대의 드론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미래 국방 로봇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미래의) 국방 로봇은 스몰(small), 스마트(smart), 칩(cheap), 매니(many) 4가지 키워드를 핵심 주제로 삼아야 한다”며 “미국 국방부는 이미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차도완 교수는 국방 로봇을 단순히 기술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본질적 의미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적과 만나는 위험한 곳은 로봇이 가야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승리를 위한 국방 로봇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투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국방 로봇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핵무기 보유 여부가 한 나라의 국방력을 측정할 때 주요 쟁점이 됐듯이 미래에는 국방 로봇의 기술력 수준이 주요 쟁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만석 육군사관학교 교수가 ‘유·무인복합전투체계를 적용한 무인화 수준에 관한 연구’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만석 교수는 무인전투체계의 부정적 측면도 짚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기술의 효율성이 인간의 전투 능력보다 훨씬 좋고 인구가 줄고 있어 무인전투체계의 비율을 늘리자는 측의 의견 자체는 이해한다”며 “하지만 본질적으로 ‘정비 병력’이 없으면 무인전투체계는 1회성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 이만석 육군사관학교 교수가 ‘유·무인복합전투체계를 적용한 무인화 수준에 관한 연구’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무인 무기체계 비율에 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적절한 무인 무기체계 비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무인 무기체계의 규모가 전쟁 승리의 절대 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수준의 기술 인력은 무인 전투력 발휘의 핵심”이라며 “전쟁 승리 가능성을 고려한 유·무인복합체계 조합을 선택해야 한다” 덧붙였다.
발표가 끝난 뒤 패널 토의와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패널 토의에 참여한 유재관 LIG넥스원 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각 기술들을 잘 연결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절차가 부족하다”며 “로봇을 개발하려면 중국산 부품을 쓰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기업이 이를 따라오려면 생산 수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국방부에서 (국방 로봇 산업) 생태계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봉 육군 미래혁신연구센터 대령은 “유·무인복합체계의 핵심은 장비가 아니고 무인체계를 얼마나 잘 성장하고 관리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무인복합체계는 앞으로 어떻게 싸우고 생각하고 행동하느냐 등 새로운 혁신에 관련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 싸우는 군대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장비 도입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장비 이외의 영역까지 포괄적으로 접근해서 방향성을 가지고 접근해야만 진정한 유·무인복합전투체계로 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