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배터리 이어 태양광도 장악 노린다, M&A로 몸집 키우기 분주

▲ CATL 유럽법인 ESS 사업부의 자오 행크 최고기술책임자가 6월19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에너지 저장 전시회에 참석해 인파 앞에서 신제품 테너를 발표하고 있다. < CATL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CATL이 자국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합병 후보 대상에 올리며 사업 확대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CATL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태양광 시장까지 장악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22일 디지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을 종합하면 CATL은 태양광 모듈 기업인 DAS솔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DAS솔라는 올해 상반기 태양광 모듈 출하량 기준 세계 8위 업체다. 

이와 함께 CATL이 톱5 태양광 기업 가운데 한 곳에도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온다.

전기차 전문매체 CNEV포스트에 따르면 CATL은 DAS솔라 이전에 장쑤런에너지 인수를 시도하는 등 태양광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CATL은 올해 2분기 자사 태양광 사업부 아래 여러 자회사도 설립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CATL은 올해 상반기 기준  2550억 위안(약 47조9312억 원)에 달하는 결산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고 직접 공시하기도 했다.
 
CATL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 1위 기업이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올해 1~7월 판매한 사용량 기준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37.6%로 한국 배터리 3사를 합산한 것보다 많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 시장 점유율만 놓고 봐도 LG에너지솔루션을 추월해 1위에 올라 있다. 그런 CATL이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이 CATL의 다른 주력 사업인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유리한 사업이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CATL이 신재생에너지에 약점으로 꼽혔던 간헐성(전기 생산량이 들쑥날쑥한 점)을 극복해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CATL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시장에서도 40% 이상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CATL 배터리 이어 태양광도 장악 노린다, M&A로 몸집 키우기 분주

▲ 중국 북부 닝샤 지역 텡거 사막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8월21일자 모습. <연합뉴스>

CATL이 태양광 모듈 업체를 인수하면 수직계열화 효과로 ESS 시장의 가격 경쟁력과 공급 능력에서 우위를 갖출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는 기복이 심한 태양광 발전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CATL의 태양광 산업 본격 진출은 한화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업체들에 위협적이다. 중국의 글로벌 태양광 생태계 장악을 가속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산업은 과잉생산으로 제품이 원가 이하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 악화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태양광 관련 제품 수출액은 2022년과 비교해 5.6%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자금력이 풍부한 CATL이 인수합병으로 빠르게 몸집을 부풀리면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영향력이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 당국도 CATL에 유리한 방향으로 태양광 산업 관련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각 성(행정구역)에 새로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 용량에 10% 이상을 에너지저장장치와 의무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CATL이 자체 자금력은 물론 당국의 정책에 기반해 중국에서부터 태양광 시장 점유율을 키워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CATL이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보이는 지배력을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태양광 시장으로도 연결할 수 있을지 여부가 사업 확대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싱크탱크 엠버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글로벌 태양광 발전량이 2023년보다 29% 확대된 593기가와트(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CATL이 전기차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에 대응해 태양광 사업에 더욱 공을 들일 이유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CATL의 인수합병 전략은 태양광 산업의 재편에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