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폭발로 미국서 공급망 안보 주의보, 한국 같은 동맹국 의존 커질 가능성

▲ 18일 레바논 시돈(Sidon)에 위치한 전자제품 매장에서 한 판매자가 배터리를 제거한 무전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폭발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공급망 관련 안보를 우려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공급망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을 대신해 한국 같은 동맹국을 향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나온다.

20일 블룸버그는 “미국은 확고한 동맹국(staunch allies)에 첨단 기술을 맡길 필요가 있다”는 전 국무부 고위 관료인 멜라니 하트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트는 “미국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중국으로부터 지나치게 들여오고 있어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레바논에서 벌어진 헤즈볼라 삐삐 폭발 사건이 공급망 안보와 관련한 문제여서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폭발성 물질(PETN)이 장착된 삐삐를 헤즈볼라에 납품하기 위해 헝가리에 유령회사를 설립해서 공급망에 관여했다. 

이를 놓고 세스 몰튼 미국 하원의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이스라엘이 했던 일은 중국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산 반도체나 배터리 그리고 커넥티드카와 같은 첨단 품목을 안보 명목으로 통제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 국내로 첨단 제조업 생산 거점을 유치하는 ‘온쇼어링’, 주변 우방국가로의 ‘니어쇼어링’ 등 정책도 적극적으로 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헤즈볼라 삐삐 폭발 사건으로 공급망 관련 안보 우려가 증폭돼 한국과 같은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 취약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방부는 공식 보도자료에서 한국을 ‘미국의 확고한 동맹국(staunch allies)’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하트 전 국무부 관료가 사용한 표현과도 같다. 

한국의 지난해 미국 내 공급망 투자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한국 기업이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자 투자한 금액은 215억 달러(약 26조5855억 원)다. 기존 대미 투자액 1위였던 대만을 추월해 가장 많은 규모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미국의 안보 강화 논리와 연결되며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사업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삼기오토모티브 김치환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미국은 더 이상 중국에서 부품을 공급받길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미국 공급을 노리는 한국 기업에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